日 기업에 먹히는 '알짜' 반도체·2차전지 소부장

입력 2024-09-29 18:29
수정 2024-09-29 18:30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일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알짜’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거나 국내 생산 기반을 넓혀 반도체와 2차전지 등 첨단 분야의 초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세계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한국경제신문이 운영하는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건 수준이었던 일본 소부장 기업의 한국 진출 및 인수합병(M&A) 건수는 지난해 5건으로 늘었다. 이미 국내에 자회사 등 생산 기반을 갖고 있던 일본 기업이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식의 투자는 제외했다.

일본 기업들의 투자는 반도체와 2차전지 등 한국의 대표 수출품에 들어가는 소부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2019년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을 금지했던 불화수소(불소)등 반도체 공정 필수 원료를 생산하는 기업 다이킨은 올해 반도체 공정용 부품인 ‘O링’을 생산하는 국내 화학소재 기업 씰테크 지분 100%을 250억원에 인수했다. 이 기업은 2022년 발사에 성공한 우주발사체 누리호에 O링을 공급한 기업으로 꼽힌다.

작년엔 글로벌 반도체 전력용 모듈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산켄전기가 국내 전력반도체 제조기업 EK를 190억원에 인수했다. 도요타 계열 종합상사 도요타쓰우쇼는 LG에너지솔루션과 국내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와 손 잡고 2차전지용 알루미늄박 등 소재를 생산하는 삼아알미늄에 1253억원을 투자해 지분 10.2%를 확보했다. 이 같은 일본 기업들의 움직임은 외국인 투자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9년 238건, 14억3000만 달러 수준이던 일본 기업의 대(對)한국 투자는 올해 상반기에만 128건, 29억달러로 크게 늘었다.

일본 소부장 기업에게 전 세계 반도체 생산물량의 5분의1(19%·2023년 기준)가량을 차지하는 한국은 놓쳐선 안되는 시장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