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어떻게 먹나" 시장 갔다 '깜짝'…김장철 앞두고 '초비상' [현장+]

입력 2024-09-29 10:27
수정 2024-09-29 10:28


“저번에 담근 김치를 아껴먹고 있어요. 배추값이 너무 비싸 당분간 김치 담그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주부 백모 씨(52)는 최근 서울 한 시장을 찾았다가 배추 가격을 보고선 혀를 내둘렀다.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구매할 엄두가 나지 않아 할인 행사를 하는 마트로 갔으나 역시 배추를 선뜻 사지 못했다. 제일 저렴하다는 동네 청과물 가게에서도 배추 한 포기 값이 1만8000원 이상이었다.

백씨는 “2만원이 넘는 배추는 부담스러워서 저렴한 배추를 사자니 상태가 썩 맘에 들지 않는다”면서도 “가격이 좀 내려갈 때까진 제품으로 된 김치를 구매하거나 알배기 배추(쌈배추)를 사야겠다”고 말했다.

여름철 계속된 폭염으로 배추 작황이 악화하면서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가격에 비상이 걸렸다.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배추 가격이 2만원을 훌쩍 웃돌며 소비자 부담이 커졌다. 식자재마트 등에서는 포기당 1만원 이하의 비교적 저렴한 배추도 찾을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품질을 우려하며 선택에 신중한 모습이다. 이 가운데 가공식품 형태로 된 김치를 구매하는 이들이 늘자 김치 제품 ‘품귀 현상’까지 생겨났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배추 소매가격은 포기당 평균 9963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하면 60.9% 비싸고 평년보다 38.1% 높다. 평년 가격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가격 중 최대·최소를 제외한 3년 평균이다.

배추값 강세는 이달 중순까지 이어진 폭염에 따른 것이다. 저온성 식물인 배추는 20℃ 안팎에서 잘 자란다. 결구(속이 차는 현상) 최적 온도는 약 15∼16℃다.

이례적으로 길었던 고온에 여름 배추 생육이 부진해 생산이 줄었고, 가을배추가 본격 출하되는 11월 초까지는 공급량 감소가 우려되는 상황. 실제 이달 나오는 고랭지배추뿐 아니라 다음 달부터 출하되는 준고랭지 배추도 늦더위로 작황이 부진하다. 2022년에도 여름철 폭염과 폭우에 이어 태풍까지 상륙하면서 9월 중순 배추값이 aT 조사 기준 1만원을 넘었는데, 올해도 이와 같은 현상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배추 공급이 준 데다 김치 제품을 찾는 소비자는 늘면서 김치 제품 품귀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상은 자사몰 정원e샵에서 배추김치로는 대표 상품인 ‘종가 포기김치’, ‘종가 전라도포기김치’, ‘종가 맛김치’ 등을 빼고 캔 제품과 묵은지만 판매하고 있다. CJ제일제당 CJ더마켓에서도 포기배추김치가 동났다. 각종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김치 제품과 관련해 ‘품절’ 문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김치 원료 수급 여건은 다음 달 중순께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외식업체, 식자재 업체, 수출용 김치 업체 등의 수급난을 완화하기 위해 중국에서 배추를 들여오기로 결정했다. 앞서 초도물량 16t(톤)을 수입했고 국내 작황을 고려해 수입 물량을 확대해 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민간 수입을 촉진하고자 배추에 할당관세(0%)를 적용 중이다. 다만 중국도 폭우, 우박 등 기상 이변에 따라 고랭지배추 작황이 부진해 양질의 배추를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수입 가격도 1년 전보다 높다.

이 밖에 정부는 배추값을 낮추기 위해 산지에 출하 장려금을 지급해 조기 출하를 유도하고 있으며, 소비자 가격 안정을 위해 대형마트의 할인 행사를 지원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오는 11∼12월 김장철에 배추 수급이 안정화되도록 작황 관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김장에 쓰는 가을배추 수확까지 70여 일이 소요되는 만큼, 지금의 작황 관리가 김장철 배추 수급을 좌우한다고 보고 현장 기술 지도와 작황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작황별 수급 대책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로 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