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보유 인정하고 대화 나서자"…IAEA 수장 발언 파장

입력 2024-09-27 18:16
수정 2024-09-27 18:17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사진)이 외신 인터뷰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보유’ 사실을 인정하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온 북한과 의견을 같이하는 것으로 해석돼 파장이 크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26일(현지시간) AP통신 인터뷰에서 “북한 핵 프로그램이 유엔 안보리 제재와 국제법을 위반한 데 대해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2006년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이후로 국제 교류가 없었고, 그동안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더 확장됐다”며 “북한이 핵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계속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동시에 서로 딴소리하는 것을 멈출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그는 “북한과 대화하려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매우 신중하고 외교적인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며 “북한과 논의할 수 있는 주제로 ‘핵 안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북한과 협상의 목표로 비핵화가 아니라 ‘군축’을 설정할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동안 유엔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제재를 가해왔다. 그로시 사무총장의 이번 발언은 “북한의 핵 보유는 불법이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2020년 자신이 밝힌 입장과도 배치된다.

특히 북한 비핵화를 위한 여러 나라의 노력이 퇴조하는 가운데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새 정강에는 ‘북한 비핵화’ 목표가 빠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 외무부 웹사이트에서 “북한에 적용되는 ‘비핵화’라는 용어 자체가 모든 의미를 잃었고, 우리에게 이것은 종결된 문제”라며 북한 비핵화 불가론에 동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국제정치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라며 “국제 핵 비확산 체제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그로시 사무총장 역시 은연중에 본심을 드러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다수 국내 전문가는 “IAEA가 북핵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은 “그로시 사무총장 인터뷰는 북한이 핵을 보유한 것은 사실이니 방치하지 말고 협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데 방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IAEA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자신의 존립 근거에 반하는 행위”라며 “그로시 사무총장 발언은 북한의 핵 보유를 ‘팩트’ 차원에서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