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빅컷' 이후…가치주서 반도체로 '머니 무브'

입력 2024-09-27 17:39
수정 2024-09-28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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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Fed)이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한 뒤 가치주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주, 반도체 ETF에는 반대로 뭉칫돈이 몰렸다. 미국 경제의 연착륙 기대가 커지자 침체기에 투자 매력이 큰 가치주 대신 성장주에 다시 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치주 ETF 몰린 자금 ‘회수’
27일 ETF닷컴에 따르면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1주일(지난 19~25일) 동안 주식 테마형 ETF 가운데 자금이 가장 많이 빠져나간 상품은 ‘뱅가드 밸류’(VTV)였다. 가치주 ETF 중 순자산이 가장 큰 상품으로, 이 기간에만 28억3537만달러(약 3조7475억원)가 순유출됐다. 이 ETF에는 18일 하루 동안 21억803만달러가 들어왔다. 올 들어 일별 기준으로 가장 큰 순유입액이다. 하지만 지난 1주일간 이 자금이 전부 빠져나갔다.

가치주를 담은 ‘반에크 모닝스타 와이드 모트’(MOAT)에서도 비슷한 자금 유출 흐름이 나타났다. 18일 올해 들어 일별 기준 가장 많은 금액인 25억2540만달러가 순유입됐지만, 23일 하루 만에 25억410만달러가 유출됐다. MOAT는 독점적인 경쟁 우위와 시장 지위를 갖춘 ‘경제적 해자’ 기업을 모아 놓은 대표적 가치주 ETF다. 이 밖에 경기침체 국면에서 주목받는 필수소비재 ETF인 ‘컨슈머 스테이플스 셀렉트 섹터’(XLP)에서도 1주일간 3억8036만달러가 순유출됐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ETF와 반도체 ETF에는 뭉칫돈이 들어왔다. 나스닥100지수를 기초지수로 하는 ‘인베스코 QQQ트러스트’(QQQ)는 이 기간에 22억8127만달러가 들어왔다. 미국 최대 반도체 ETF인 ‘반에크 반도체’(SMH)에도 5억1249만달러가 몰렸다. 대표지수형을 제외한 주식 테마형 ETF 중 가장 많은 순유입액을 기록했다. ‘SPDR S&P 리저널 뱅킹’(KRE)이 1주일간 순유입 5억736만달러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 지역 은행들의 실적이 개선돼 투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연착륙 기대에 투자심리 회복가치주에 몰렸던 자금이 유출되고 반도체주에 돈이 쏠린 것은 경기침체 우려에 따라 위축된 기술주 투자심리가 회복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시장에서는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았고 금리 인하는 경기침체에 대한 선제 대응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인공지능(AI) 고점론에 휩싸인 기술주 대신 가치주 ETF에 자금이 몰린 배경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 후 양호한 고용지표 발표 등으로 연착륙 기대가 커졌다.

한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부장은 “Fed의 첫 금리 인하 후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경기 침체 우려도 높지만 현재 미국 경제가 튼튼하기 때문에 하락장이 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술주도 좋은 흐름을 보이겠지만 키 맞추기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대형주 중에서 ‘매그니피센트7’을 제외한 종목을 주목하는 게 좋다”고 했다.

아직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한 소형주 ETF가 유망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1995년과 2019년 Fed의 첫 금리 인하 이후 3개월간 성과를 살펴보면 평균적으로 소형주와 퀄리티 팩터(우량주)의 성과가 좋았다”며 ‘페이서 미국 스몰캡 캐시카우 100’(CALF)을 관심 종목으로 제시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