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플랫폼이 인공지능(AI) 서비스로 변신하고 있다. 시장 관심이 시들해진 메타버스 대신 생성형 AI를 앞세워 플랫폼 효용성을 증명하겠다는 움직임이다. LG유플러스가 메타버스 플랫폼을 AI 서비스로 탈바꿈시킨 데 이어 SK텔레콤도 메타버스에 AI 기능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AI 붙이자 동남아서 인기
27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이 회사의 대학가 메타버스 플랫폼 ‘유버스’를 통해 적용 대학 수를 지난달 18곳으로 확대했다. 1년 전보다 고객 대학이 두 배 늘었다. 올해에만 이화여대, 진주교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대학 8곳이 유버스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해 컴투스의 ‘컴투버스’, 지난 4월 KT의 ‘메타라운지’ 등이 메타버스 사업을 정리한 것과 대조적이다.
유버스가 순항하는 배경은 AI다. LG유플러스는 유버스 내 화상회의 서비스에 실시간 번역을 지원하는 AI를 이달 초 적용했다. 이 덕분에 외국인 학생이 학내 구성원과 더 활발히 소통할 수 있게 됐다. AI를 결합해 메타버스가 새 효용을 찾은 사례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향후 강의 번역 기능, AI 캐릭터 등도 유버스에 도입할 예정”이라며 “AI 캐릭터를 이용해 학사 문의, 심리 상담, 영어 회화를 학생에게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아동용 메타버스 플랫폼 ‘키즈토피아’도 AI 도입 효과를 누리고 있다. 키즈토피아는 출시 1년4개월 만인 지난달 가입자 50만 명을 넘겼다. 가입자 중 55%가 필리핀·말레이시아 이용자다. 이 플랫폼에 아동 언어 교육용으로 넣은 AI 캐릭터가 동남아에서 한국어 학습 플랫폼으로 입소문을 탄 덕을 봤다. ○메타 AR 안경에도 AI 비서 적용다른 IT 업체도 메타버스에 AI를 붙이기 시작했다. 네이버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 생성 AI를 활용한 아이템 창작 도구를 운용 중이다. SK텔레콤도 연내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 AI를 도입하기로 했다.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언어와 문화에 최적화된 AI 비서, 3차원(3D) 아이템을 생성 AI로 제작해주는 기능을 넣을 예정이다.
해외에서도 AI를 결합해 메타버스 효용성을 증명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메타는 지난 25일 증강현실(AR) 기술 기반 메타버스 기기 ‘오라이언’을 공개했다. 오라이언엔 메타의 자체 AI 비서 ‘메타 AI’가 들어간다. 냉장고에 저장된 식재료 재고를 보고 맞춤형 조리법을 내놓을 정도로 AI의 사물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고 메타는 설명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6월 메타버스 회의 솔루션 ‘메시 포 팀스’에 AI를 활용한 아바타 생성 기능을 도입했다. 월간활성이용자(MAU)가 2억여 명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로블록스도 이달 초 생성 AI를 활용해 3D 사물을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을 공개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