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베인캐피탈, 합류 먹구름… 최윤범 회장 '백기사' 확보 난항

입력 2024-09-27 12:43
수정 2024-09-29 12:33
이 기사는 09월 27일 12:4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 백기사로 유력시되던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탈이 중도에 이탈할 가능성이 커졌다. 베인캐피탈 글로벌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이번 투자안건이 부결되면서다. 투자 구조를 보강한다는 계획이지만 실제 투자 가능성은 미지수다. 최 회장 측은 내주 MBK 공개매수 마감일 전에 KKR 등 자금력이 뒷받침되는 또 다른 글로벌 PEF를 백기사로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베인캐피탈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자금을 대는 안을 글로벌 투자심의위원회에서 논의했으나 부결됐다. 아시아권 이사회 멤버들이 해당 투자건에 대해서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해 부정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최 회장 측이 베인캐피탈에 조금 더 유리한 조건을 내어주면 다시 우군으로 등장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3거래일 뒤 끝나는 MBK 연합의 공개매수 일정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완전히 불씨가 꺼지진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회장 측은 아무리 늦어도 MBK 연합의 공개매수가 끝나는 다음달 4일의 1거래일 전인 2일에는 대항 공개매수를 선언해야 한다. 2일에 대항 공개매수를 선언하려면 1거래일 전인 오는 30일에는 공개매수 자금 중 자기자본을 예치하고, 투자확약서(LOC)를 확보해야 한다.

유력한 우군 후보였던 베인캐피탈이 이탈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최 회장은 한화그룹에 SOS를 보내고 있다. 인수를 위한 특수목적회사(SPC)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는 구조로 한화에너지가 주도하는 가운데 재무적투자자(FI)가 에쿼티를 보태고, 금융권이 인수금융과 브릿지론을 제공해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FI로 베인캐피탈 대신 KKR이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KKR에선 바이아웃 펀드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바이아웃 펀드는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하는 투자를 하는 만큼 KKR에 도움을 받을 경우 최 회장은 경영권을 내려놔야 한다. 베인캐피탈에선 바이아웃 펀드가 아닌 크레딧 펀드가 투자를 검토했다. 최 회장 측은 후보군과 구체적인 조건을 막바지 협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 측에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MBK 연합 공개매수 마감까지 3거래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MBK 연합보다 더 높은 가격에 더 많은 주식을 공개매수 해야 한다는 점도 최 회장 측에겐 큰 부담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11시 30분 기준 0.56% 내린 70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주가가 MBK 연합이 제시한 75만원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