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일하던 회사 임원의 일가족 4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48년간 복역했던 일본 전직 프로 복서가 58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26일 요미우리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본 시즈오카지방재판소는 강도살인죄로 사형이 확정됐던 전직 프로 복서 하카마다 이와오(88)의 재심 청구심에서 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구니이 고우시 재판장은 사건 발생 당시 검찰이 작성한 하카마다의 자백 조서와 의류 등 3가지 증거가 조작됐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여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 데 대해 법원으로서 정말 죄송하다"고 전했다.
만약 검찰이 이번 판결에 항소하지 않으면 하카마다는 사건 발생 58년 만에 무죄가 확정된다. 일본에서 사형 확정 사건이 재심에서 무죄로 번복된 것은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5번째로 알려졌다. 앞선 4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항소하지 않아 무죄가 확정된 바 있다.
하카마다는 1966년 6월 30일 자신이 종업원으로 일하던 시즈오카현 소재 된장 제조 회사의 전무 일가 4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은 현장 인근에서 하카마다의 혈흔 다섯 점이 묻은 의류가 발견됐다며 그를 강도살인 혐의로 체포했다. 현지 언론은 "과학수사의 전형", "과학과 발로 이뤄낸 승리"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체포 후 범행을 인정했던 하카마다는 재판이 시작되자 폭행 등 경찰의 강압적인 심문 때문에 허위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968년 1심 법원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1980년 최고재판소(대법원)가 형을 확정했다.
하카마다 측은 2008년 재심 청구심을 제기하며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법적 공방에 나섰다. 수감된 하마카다를 대신해 재심 과정은 그의 누나가 대리했다.
이들은 10여년 동안 법적 다툼을 이어오다 마침내 2023년 3월 도쿄 고등재판소로부터 재심 명령을 얻어냈다. 이에 따라 하카마다에 대한 형 집행과 구금이 중지됐다. 48년간 복역하다가 귀가한 '세계 최장수 사형범'의 사연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재심 재판부는 하카마다를 유죄로 판결한 이전 재판의 증거에 3가지 조작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먼저 하카마다가 자백했다고 한 검찰 조서는 비인도적인 조사로 꾸며진 '실질적인 조작'이라고 짚었다.
또 하마카다가 체포된 지 1년이 지나 느닷없이 발견된, 그가 범행 당시 입었다는 의류 5점을 두고는 "수사기관에 의해 혈흔을 붙이는 등 가공이 됐다"고 판단했다. 재심 공판 과정에서 하카마다 측 변호인은 "혈흔은 1년이 지나면 붉은색이 사라진다"며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을 주장한 바 있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이 하카마다 친가로부터 압수한 의료 조각도 수사기관에 의한 조작으로 보았다. 그러면서 "핵심 증거들을 배제하면, 하카마다가 범인이 아니라고 해도 이를 부정할 사실관계가 없다"며 "하카마다를 범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