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밸류업지수(밸류업지수)'를 구성하는 100개 종목을 공개한 가운데 잡음이 일고 있다. 시장 예상과 달리 고평가 종목 위주로 구성돼 밸류업 취지를 살리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오자 거래소가 연내 리밸런싱(정기변경)을 시사하는 등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했는데, 이를 두고 지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밸류업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출시를 앞둔 운용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자산운용사들과 오는 11월4일 전까지 밸류업 ETF를 출시하는 것으로 협의를 마쳤다. 거래소는 '패스트 트랙'(심사 절차 간소화)을 통해 밸류업 ETF를 상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거래소는 지난 24일 밸류업 지수의 편입 종목과 선정 기준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시장 대표성(시가총액) △수익성(당기순이익) △주주환원(배당·자사주 소각) △시장평가(PBR) △자본효율성(ROE) 등 다섯 가지의 평가 지표가 활용됐다. 이 지수 추종 ETF가 출시되면 편입 종목들은 패시브(특정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자금 유입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다만 종목 선정 기준에 대한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서 그간 대표적 저평가주로 분류된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가 지수에 편입되지 않았고, 지난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SK하이닉스는 '특례' 포함되면서다.
거래소는 지수 영향도가 큰 SK하이닉스를 유일하게 특례 편입했다고 설명했지만,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거래소는 연내 구성 종목을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시장 예상을 뒤엎고 삼성증권·NH투자증권, KT, SK텔레콤, CJ, SK 등 종목들도 지수에 편입되지 못했다. 거래소는 다음주 중으로 밸류업지수 산출 방법론을 공개할 계획이다.
밸류업 ETF 출시를 앞둔 운용업계에서도 회의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월4일 ETF 출시 이후 얼마 못 가 또다시 종목 교체를 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탓이다.
무엇보다 '특례제도'를 운용하는 것과 같이 '고무줄 기준'에 지수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문제 삼고 있다. 기존 코스피200지수 추종 ETF와 차별화 지점이 부족한 데다 리밸런싱의 예측 가능성 마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수 편입에) 평균 배당 수익률이 0.1%인 기업과 5%인 기업이 모두 합격하고, 자사주 소각도 실시했는지 안 했는지만 따지고 규모는 보지 않는 바람에 (밸류업지수가) 변별력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래에셋·삼성·KB 등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단순 지수 추종 방식의 패시브 ETF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임폴리오·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은 운용사 역량에 따라 자산 배분 전략이 주효한 액티브 ETF를 기획 중이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거래소가 ETF 관련해 큰 행사를 앞두고 있어 그 이전까지 밸류업 상품을 출시하도록 운용사들과 이야기를 마친 상황"이라며 "편입된 일부 종목들의 기준 논란이 반복적으로 일면 지수 신뢰성에 훼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