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무려 4년 반 만에 빅컷(기준 금리 0.5%P 인하)을 통해 금리인하 시대의 시작을 알린 데 이어 중국 인민은행도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발표하면서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 봄바람이 불어오고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거시경제 상황과 미국 대선 후보들의 정책 기조 등에 따른 가상자산 시장의 흐름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美·中 드디어 돈줄 풀었다미국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50bp 낮추는 '빅컷'을 단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앞서 연준은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공급했던 유동성에 의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0%대까지 낮췄던 금리를 2022년 3월부터 2023년 7월까지 16개월간 5.25~5.5%선으로 올린 후 8차례 연속 동결한 바 있습니다.
연준이 4년 반 만에 금리인하 시대를 열자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외신들은 "연준이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상황으로 식어갔던 노동시장에 활기를 넣기 위해 담대한 결정을 내렸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파월 연준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과거 초저금리 시대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며, 상황에 따라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더 느리게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습니다. FOMC 발표와 함께 공개된 점도표(연준 위원의 향후 금리 전망 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올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4.375%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PBoC)도 지급준비율(RRR)을 0.5%P 인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판궁성 중국인민은행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조만간 지급준비율을 0.5%p 인하해 금융 시장 내 1조위안 규모 장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여러 정책을 통해 통화 정책 조정의 강도를 높이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지준율은 은행이 예치하고 있는 예금 중 중앙은행에 보관해야 하는 현금 비중으로, 지준율이 내려가면 은행이 시중에 공급할 수 있는 자금의 비중도 높아집니다. 인민은행은 이러한 방식으로 시장에 유동성을 풀어 올해 초 목표로 제시했던 경제성장률 5%를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습니다.
판 행장은 상황을 보고 연말까지 추가 지준율 인하를 고려할 것이라고도 언급했습니다. 현재 중국의 지준율은 10% 수준으로, 판 행장의 언급대로 지준율이 0.5%P 인하된다면, 중국 대형 상업은행의 평균 지준율이 10%를 하회하는 것은 지난 2007년 3월 이후 약 17년만입니다.
이렇게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완화 기조를 보이자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가상자산 시장도 힘을 받았습니다. FOMC 발표전 6만 달러를 하회하던 비트코인은 현재 6만3500달러, 2300달러선에 머무르던 이더리움은 2580달러에 각각 거래되고 있습니다. 해리스도 親 가상자산?…美 대선 후 산업 확장 기대감↑
지난 주말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이 가상자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발언한 것도 시장 상승세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월가에서 진행된 모금 행사에서 "노동자, 중소기업, 창립자, 대기업 등 미국의 경쟁력과 미래에 투자할 것"이라며 "혁신적 기술인 인공지능(AI), 디지털 자산을 장려함과 동시에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안전한 사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26일 발표된 해리스 경제 계획 보고서에서도 모금 행사 때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자산(Digital Assets)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계속해서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다르게 민주당은 현 정부인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에서 가상자산에 거리를 두는 포지션을 취해왔기에 현 부통령이자 차기 대선 후보인 해리스가 가상자산 친화적 발언을 하자 업계는 민주당의 가상자산 기조가 변화하고 있다며 환영했습니다.
가상자산 전문 미디어 코인데스크는 "지난 8월 진행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분위기가 변화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라며 "벤처 캐피털 기업 패러다임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유권자 20%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이 두각미국과 중국의 유동성 완화, 해리스의 가상자산 기조 변화 이후로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은 비트코인(BTC)보다 이더리움(ETH)을 필두로 한 알트코인들이었습니다.
코인글래스 데이터에 따르면 미 연준이 금리를 50bp 인하한 후 5일간 비트코인은 약 6%, 이더리움은 16%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루슬란 리엔카 유호들러 시장 책임자는 "이더리움 레버리지 롱 포지션에 대한 수요 증가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강세 전망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디지털 자산 분석 기업 10x 리서치는 "비트코인은 6만 달러선에 안착한 후 6만5000달러 돌파를 노리고 있으나 기술적 관점에서 급격한 랠리 이후 단기적 매수 과다 상태로 보이는 상황"이라며 "시장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투자자들은 비텐서(TAO), 에테나(ENA), 세이(SEI), 앱토스(APT), 수이(SUI), 니어(NEAR), 그래프(GRT) 등 저평가된 알트코인들을 축적하고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유동성 완화로 인한 가상자산 시장 내 자본 유입이 일어나고 미 정계의 긍정적인 가상자산 기조로 인해 정치적 리스크가 해소되면 전 가상자산 산업이 확장될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보다 알트코인이 더 크게 수혜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가상자산은 지난주부터 급변하는 거시 경제, 정치적 상황 변화 등으로 인해 격동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투자자 여러분들은 가상자산 시장이 글로벌 유동성 완화와 미 대선을 발판 삼아 본격 날아오를 것이라고 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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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블루밍비트 기자 20min@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