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행기 입구서 좌절하는 장애인들…인천공항도 리프트 '0대'

입력 2024-09-27 06:30
수정 2024-09-27 06:32

국내 주요 공항인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 제주공항 등이 교통약자의 항공기 탑승을 보장하기 위한 리프트카를 자체적으로 단 한 대도 보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편이 늘면서 배정할 수 있는 탑승교(브릿지)보다 많은 비행기가 운항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장애인이 비행기를 타고 내릴 때 큰 불편을 겪을 수도 있는 셈이다.

26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휠체어 이용객 등 교통약자의 항공기 탑승을 돕기 위한 리프트카를 보유하고 있는 공항은 전국 15개 공항 중 단 3곳에 불과했다.

리프트를 각 1대씩 보유한 세 곳은 서천, 군산, 원주 공항으로, 탑승교가 설치되지 않아 교통 약자의 이동을 위해서는 리프트가 필수적으로 필요한 곳들이었다. 그나마 지상 조업사와의 계약을 통해 리프트카를 이용할 수 있는 공항 역시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제주공항, 김해공항, 청주공항 정도에 그쳤다.

현행 '항공사업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휠체어를 이용하는 교통 약자가 탑승하는 항공편은 탑승교나 휠체어 승강 장치를 우선 배정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항공편이 늘어나면서 공항이 배정 가능한 탑승교보다 많은 비행기가 운항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김포공항의 경우 최근 5년 동안 운항된 비행편(75만8054편) 브릿지를 미이용한 운항 수는 총 20만1581편(26.5%)에 달했다. 제주공항은 같은 기간 총 90만7713편 중 45만853편(49.6%)이 브릿지를 이용하지 않은 항공편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항 사정으로 탑승교 이용이 어렵고 민간 항공사에서 조업사의 리프트카 계약이 돼 있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면, 교통약자의 비행기 탑승에 제약이 생기게 된다.

실제로 지난 7월, 이스타항공을 타고 제주공항에 도착한 중증장애인이 공항에 도착한 뒤 리프트카가 없다는 사실을 통보받고 계단을 기어 내려와야 했던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 측은 당시 제주공항에 이용 가능한 리프트카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교통약자법에 따르면, 항공기의 경우 휠체어 승강 설비가 의무 시설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국토교통부는 교통약자의 승하차와 관련한 절차는 항공사가 자체적으로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은혜 의원은 "공공기관과 민간의 무관심으로 교통약자의 이동권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민간에게만 떠넘겨선 안 될 일"이라며 "국토부는 국내선 국제선을 막론하고 공항별 리프트를 보완해 필요시 즉각 사용이 가능하게 해 국가의 책무에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