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野 전당대회, 개딸 인기투표"…중재위서 줄줄이 '기각'

입력 2024-09-27 11:20
수정 2024-09-27 11:23

22대 국회 개원 이후 언론사를 상대로 한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 언론조정신청 건수가 가장 많은 정당은 더불어민주당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제기한 언론중재조정신청이 기각된 비율은 평균보다 6배 가까이 높았다. 의원 개인으로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인 최민희 민주당 의원이 언중위에 언론조정신청을 가장 많이 제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27일 언중위가 국회 과방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인 5월 30일~8월 31일 사이 각 정당이 언중위에 청구한 언론조정신청 건수는 총 95건이었다. 이 중 민주당이 신청한 건수는 77건으로 정당 전체 청구 건수의 약 81.1%를 차지했다. 국민의힘은 18건(약 18.9%)을 청구했다. 언중위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법률(언론중재법)에 따라 설치된 준사법적 기관으로 언론 보도로 인한 분쟁을 조정·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현직 판사가 중재부장을 맡고 언론사 취재·보도 업무에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 등이 중재위원으로 참여한다.

민주당이 제기한 언론조정신청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2건(41.6%)은 ‘기각’ 처리가 됐다. ‘취하’(23건·약 29.9%), ‘계류’(11건·약 14.3%)가 뒤를 이었다. 사건이 기각됐다는 건 조정 신청인의 주장이 ‘이유가 없다’는 점이 명백하다는 걸 의미한다. 신청인이 정당한 이익을 갖지 않거나, 신청인이 요구하는 정정보도의 내용이 명백하게 사실에 반하는 경우 사건이 기각 처리된다. 같은 기간 정당을 포함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이 청구한 전체 언론조정신청이 1003건이고, 이 가운데 기각 비율이 약 7.2%(72건)인 점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기각률 41.6%는 상당히 높은 숫자다.

민주당은 지난 6월 불거진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기내식 비용 의혹과 관련해 일부 언론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는 취지로 조정신청에 나섰지만 ‘개별적 연관성 부정, 당사자 불특정’ 등의 사유로 기각됐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사건 보도와 관련해 민주당은 “(일부 언론이) 이 대표가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모순이 있다고 한 발언이 틀렸다고 보도했으나 사실이 아니다”라며 언론 보도를 문제 삼았지만 기각됐다.

지난 8월 치러진 민주당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이 “‘개딸’(이재명 대표 강성 지지층)의 인기 투표가 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언중위에 조정신청을 요청했지만, 사실적 주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언론중재법상 정정·반론보도 청구는 ‘사실적 주장’에 한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언중위에 따르면 사실적 주장은 ‘증거에 의하여 그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사실관계에 관한 주장’을 뜻한다.

한편 의원 개인이 신청한 조정신청 건수는 총 20건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 위원장이 청구한 조정신청 건수가 14건(70%)으로 가장 많았고 김장겸 의원(3건·15%), 송옥주 의원(2건·10%), 김현 의원(1건·5%) 순이었다. 22대 국회 들어 과방위에서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등을 놓고 여야 대치가 이어지면서 과방위 소속 의원들의 제소 건수가 많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 위원장이 청구한 조정신청 사건이 취하된 건수는 6건(약 42.9%)이었으며 ‘조정성립’ 건수는 4건(약 28.6%), ‘조정 불성립’ 결정 건수는 3건(약 21.4%)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하는 ‘신청인이 본인의 의사에 따라 취하서를 제출한 경우’ ‘신청인이 출석요구서를 받고도 2회에 걸쳐 심리에 불출석한 경우’에 이뤄진다. 조정성립은 ‘정정보도, 반론보도 등에 대해 합의한 경우’로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조정불성립은 ‘조정에 적합하지 않은 현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될 때’ 결정된다.

정상원/박주연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