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식 비빔밥' 어쩐지 맛있더라니…'몰랐던 사실' [차은지의 에어톡]

입력 2024-09-28 10:49
수정 2024-09-28 11:29


비행기에서 나오는 기내식을 먹을 때 맛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기내식 자체가 맛이 없는게 아니라 환경에 따라 몸의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고도가 높아 기압이 낮고 건조하며 진동과 소음이 가득한 기내에서는 미각과 후각, 소화 기관이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다.

한 연구에 따르면 미각 중에서도 특히 단맛과 짠맛을 느끼는 감각세포의 능력이 저하되는데 짠맛과 단맛의 감각 능력이 약 30%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이에 항공사들은 기내식을 만들 때는 간을 조금 더 세게 한다.

단맛과 짠맛 대비 매운맛을 느끼는 감각은 떨어지지 않기 때문에 기내식에서 매운맛 음식들이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다. 실제로 올 상반기 국내 주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기내식 판매 순위를 보면 매콤한 고추장이 들어간 비빔밥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진에어 '승무원용 비빔밥', 에어부산 '비빔밥', 제주항공 '오색비빔밥', 티웨이항공 '건강 가득 비빔밥', 이스타항공 '전통비빔밥' 등이 각 사 기내식 판매 인기 1~3위를 차지했다.

특히 K드라마나 K무비 등 한류문화 전파로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K매운맛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국 배우들이 미디어에서 떡볶이, 라면, 김치를 먹고 매워하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현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제주항공은 K푸드의 매운맛을 이용한 기내식 신메뉴를 출시했다. 불닭소스를 활용한 '불닭 가라아게동'과 '불닭 자이언트 핫도그'를 국제선 사전 주문 기내식 신메뉴로 개발한 것이다. 국내외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는 불닭소스의 매운맛을 제주항공 기내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메뉴를 준비했다는 게 제주항공 측의 설명이다.

다른 LCC들도 매운맛을 활용한 기내식을 제공 중이다. 지역에서 이름난 맛집 또는 유명 셰프와 협업해 개발한 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에어부산은 부산의 유명 맛집인 유가솜씨 닭갈비와 협업한 '유가솜씨 닭갈비' 메뉴를 판매 중이다. 매콤한 닭갈비와 계란 볶음밥으로 구성돼 있다.

에어서울은 '김치비빔우동'이 있다. 김치비빔우동은 정호영 셰프의 특제 양념장을 넣어 한국인의 입맛을 저격한 매콤한 우동이다.

항공사 한 관계자는 "LCC들의 경우 기내식을 유상으로 제공하다보니 차별화된 맛으로 고객들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며 "앞으로도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다양한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