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증여 미리해야"…금투세 대비하는 자산가들 [양현주의 슈퍼리치 레시피]

입력 2024-09-26 08:50
수정 2024-10-11 10:12

※ ‘양현주의 슈퍼리치 레시피’는 양현주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매주 목요일 한경닷컴 사이트에 게재하는 ‘회원 전용’ 재테크 전문 콘텐츠입니다. 한경닷컴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더 많은 콘텐츠를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는 증여의 해입니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주식을 미리 증여해 명의를 분산하는 방법을 권합니다"

김시욱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강남센터 이사는 지난 5일 초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자산관리 세미나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김 이사는 "내년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배우자 사전 증여'를 통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시기는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해외주식을 매도할 경우 매매차익에 비과세 한도 2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22% 세율이 부과된다. 만약 1억원에 샀던 엔비디아 주식이 6억원이 됐다면 매매차익 5억원에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후 세율 22%를 부과하는 식이다. 이 경우 세금은 총 1억945만원이다. 하지만 배우자에게 증여 후 매도할 경우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 6억원까지는 비과세이기 때문에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배우자가 주식을 증여받은 뒤 곧바로 매도했다면 시세차익이 없을 가능성이 높아 양도세 역시 매겨지지 않는다. 배우자가 증여받은 주식의 가치는 증여일의 전후 두 달, 총 넉 달간 종가 평균으로 책정된다.




하지만 내년에 해외주식을 배우자에게 증여할 경우엔 이 같은 절세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내년부턴 배우자가 증여받은 주식을 매도할 때, 취득가액을 증여받은 시점이 아닌 증여자가 처음 주식을 산 가격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증여가액을 취득가액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면 주식 증여 후 1년이 지나서 팔아야 한다. 김 팀장은 "취득 이후 1년 동안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라며 "증여 이후 즉시 매도가 가능한 올해 안정적으로 비과세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자뿐만 아니라 자녀와 사위·며느리에게도 각각 5000만원, 10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증여가 가능한 만큼 절세효과를 극대화하라"고 설명했다.

이어 "손주에게는 30% 할증 과세가 있지만 부의 대물림 차원에서 VIP 고객 상당수가 손주 출생신고와 더불어 증여 신고를 함께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성년자의 증여세 신고 건수와 증여재산 가액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신고된 미성년자 증여 건수는 1만3637건으로 2019년도 대비 43.9% 늘었다. 같은 기간 증여재산 가액 역시 1조5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41.6% 증가했다.

한편 김 이사는 세금 폭탄을 맞은 한 고객의 사례를 들며 증여 신고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A씨는 대학생 자녀에게 3000만원을 증여한 후 아들 명의로 현대중공업 주식을 매수했다. 6년 뒤 주식 가격이 4억원으로 상승하자 자녀는 차익을 실현하고 강남 소재 8억원 상당 아파트를 취득했지만 자금 출처 조사가 진행되면서 결국 세금 8000만원을 토해내야 했다. 증여 신고를 하지 않아 차명으로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고만 했어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됐던 사례"라며 "증여 신고는 수증자 주소지 관할 세무서에서 가족관계증명서 및 증여 대상(현금·주식·토지 등)을 첨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현주 기자 hjy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