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질소산화물 배출 규제 강화 움직임에 국내 시멘트업체들이 공동 성명을 내고 규제 기준 완화를 촉구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25일 '질소산화물 규제 기준 강화에 대한 공동 성명'을 내고 정부에 질소산화물 배출량 기준 강화 시점을 유예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가 지난 13일 충북지역 시멘트업체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2025년 135ppm에서 2029년 110ppm까지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내용을 포함한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시멘트는 1500℃ 이상의 초고온 소성 과정에서 질소산화물 발생이 불가피하다. 시멘트업체들은 미세먼지 원인으로 손꼽히는 질소산화물 저감 필요성에 공감하고 저감 설비를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배출량 규제가 너무 급격해 사실상 기준 준수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제시한 기준은 고효율의 질소산화물 저감 시설을 도입해야 가능한 수준이나 아직 이런 시설의 기술과 효과도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협회 측 입장이다.
협회에 따르면 해외 일부 국가에서 이런 고효율 질소산화물 저감 시설을 도입했으나 연간 100만t을 생산하는 소규모 생산 공장에 제한적으로 적용했으며 이마저도 효율 저하와 부적합 등을 이유로 재시공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협회는 충북권 배출 기준을 현재의 설비기술 고도화를 통해 실현 가능한 '2029년 120ppm'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성명에서 "업계가 올해 예상 순이익을 모두 환경 영향 저감을 위한 설비 개선에 투자해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술 및 효과 검증이 확실하지 않은 고효율의 질소산화물 저감기술을 설치해야만 가능한 수준으로 기준이 강화된다면 규제기준 준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기준 강화는 결국 생산 중단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며 "현재의 저감 설비를 최대한 고도화해 달성할 수 있는 규제 기준을 우선 적용하고, 고효율 질소산화물 저감 시설의 기술 검증이 완료돼 실제 적용가능한 시점에 규제 수치를 강화하는 방안으로 규제 강화 시점을 유예해 달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이와 함께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한 시멘트 출하 급감과 재고 급증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독일 등 일부 국가만이 관련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고효율 질소산화물 저감 시설을 명확한 검증이나 효과 파악 없이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대규모 투자 이후에도 기대하는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업계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전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