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규탄" 정치이슈로 번진 고려아연 사태

입력 2024-09-26 17:50
수정 2024-09-27 01:41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영풍그룹의 고려아연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정치 이슈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적대적 M&A 시도를 멈추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다음달 국정감사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 여러 상임위에 증인 신분으로 불려 다닐 위기에 처했다.

민병덕·박희승·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BHC, ING생명, 한국타이어 등에 이어 이번에는 고려아연에 대해 약탈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며 “투기자본 이익에만 충실한 채 기업과 지역, 근로자의 생존권을 파괴하는 행태를 강하게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이들 의원은 “MBK파트너스가 중국계 자본까지 등에 업고 고려아연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 자본과 관련 기업이 고려아연을 인수하면 세계 1위 기업의 독보적인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핵심 인력의 이탈도 가속화할 것”이라며 “MBK파트너스의 M&A가 성공하면 인력 감축과 노동조합 파업, 이로 인한 각종 금속 생산 차질 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 사업 거점인 울산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울산 남구갑)과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울산 울주군), 김태선 민주당 의원(울산 동구), 윤종오 진보당 의원(울산 북구) 등도 최근 국회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MBK파트너스의 M&A 시도를 규탄했다. 김태선 의원은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M&A는 수많은 울산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문제”라고 했다.

김두겸 울산시장 등 울산지역 정치권과 상공계에서도 고려아연의 백기사가 되겠다며 주식 매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매매차익을 노린 (MBK의) 공격적 투자가 명백하다”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협하는 MBK의 경영권 쟁탈을 막아내야 한다”고 비판했다.

김병주 회장은 올해 국감에서 상임위의 증인 채택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산자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부처별·종합 국정감사에 부를 일반 증인 22명과 참고인 14명을 확정했다. 이 중 김 회장과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증인으로 채택됐다. 산자위 외에 자본시장을 다루는 정무위원회, 국민연금을 담당하는 보건복지위원회 등 다른 상임위에서도 김 회장의 증인 채택 가능성이 작지 않다. 정무위 관계자는 “여당과 야당 양측에서 모두 김 회장 증인채택요구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국감에 증인으로 나올지는 미지수다. 그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건으로 산자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배성수/박종관 기자 bae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