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12단 양산에 들어갔다. 세계 최초다. 기존 8단보다 D램을 4개 더 쌓은 고성능 제품으로, 연내 미국 인공지능(AI) 가속기 업체인 엔비디아에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HBM 개발·양산 경쟁에서 SK하이닉스가 주도권을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현존 HBM 최대 용량인 36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E 12단 제품(사진) 양산에 들어갔다고 26일 밝혔다. 현재 주력 제품인 HBM3E 8단(메모리 용량 24GB)을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엔비디아에 공급한 데 이어 차세대 제품도 가장 먼저 양산을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똑같은 두께로 기존 8단 제품보다 메모리 용량을 50% 늘렸다고 설명했다. HBM에 들어가는 개별 D램 칩을 40% 얇게 만들고 SK하이닉스의 고유 기술인 ‘어드밴스트 MR-MUF’ 공정을 적용한 덕분이다. 신제품은 동작 속도가 현 최고 수준인 9.6Gbps로 빨라졌을 뿐 아니라 발열도 10%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HBM3E 12단은 내년 HBM 시장의 주력 제품이다.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인 ‘블랙웰 울트라’에 HBM3E 12단 제품 8개가 내장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4세대인 HBM3에 이어 5세대인 HBM3E에서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을 압도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전자도 연내 HBM3E 12단을 양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반전의 계기는 내년 하반기 상용화하는 6세대 HBM4에서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12단 제품을 하반기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론도 최근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건넸다고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수율(양품 비율)이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의 HBM3E 수율은 업계 최고 수준인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과 마이크론의 수율은 SK하이닉스보다 상당폭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