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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은행이 대규모 유동성 공급책을 내놨지만 국내 주요 증권사는 올 4분기 상하이지수 예상 범위(밴드)를 높이지 않고 있다. 이번 대책이 금리 조정 등 통화정책으로 채워졌을 뿐, 재정정책은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중국 경기 상황을 감안하면 통화정책을 통한 증시 부양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중국 담당 애널리스트는 “중국 기업이 최근 투자를 하지 않는 건 수요가 없어서지 금리가 높기 때문이 아니다”며 “중국 정부의 재정 여력을 고려하면 추가 재정정책을 내놓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지수 밴드 그대로
26일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의 올 4분기 상하이종합지수 밴드는 2650~3100 사이에 몰려 있다. 밴드 상단은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이 3000으로, 한국투자·삼성·메리츠·신한투자증권이 3050~3150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24일 은행의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춰 금융시장에 1조위안(약 19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상하이지수는 최근 3거래일 동안 9.17% 반등했다. 이날 종가는 3000.95였다. 하지만 지수가 반등한 이후에도 밴드 상단을 상향 조정한 국내 증권사는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통화정책으로만 채워져 기대한 바에 못 미친 게 밴드를 조정하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홍록기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가계 소비 여력 악화가 중국 불황의 원인인데 이 문제에 대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재 중국 정부가 세수 부족 등을 겪고 있고, 이에 따라 재정정책을 적극적으로 펼 여력이 없어 실물 지표 부진을 반전시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옥지희 삼성선물 연구원은 “금융 완화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 영향을 주겠지만 소비·투자심리 회복에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조치만으로는 주택 위기가 끝나거나 인프라 지출이 재개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동연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단기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구조적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통화정책만으론 경기 부양 어려울 것”중국 기업의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계속 내리막을 타고 있다. 미국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상하이 증시 시가총액 상위 20대 기업의 연간 영업이익(금융 관련 업종은 순이익) 컨센서스 합계는 9개월 전 2조2821억위안에서 최근 2조1773억위안으로 4.6% 하락했다. 블룸버그와 삼성증권에 따르면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올 들어 3, 4월을 제외하고는 계속 50 이하였다. 이 지수가 50보다 크면 경기 확장, 작으면 경기 위축을 뜻한다.
중국 경기 부진의 원인 중 하나인 부동산 경기 침체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 부동산정보포털 중즈윈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50대 도시의 주택 거래 면적은 1344만㎡를 기록했다. 이 면적은 올 들어 1000만㎡ 안팎에서 지지부진하다가 6월 2184만㎡로 반등했다. 하지만 지난달과 이달에는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문남중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부동산 문제, 미국과의 갈등을 생각하면 중장기적으로 중국 증시를 좋게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중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처럼 정부가 국채를 대규모로 찍어내고 이를 인민은행이 인수하는 식의 경기 부양책을 쓰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