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란도트는 '제피렐리 버전'이 제격"

입력 2024-09-26 18:31
수정 2024-09-27 00:50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오페라 축제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의 투란도트 오리지널 프로덕션이 한국 무대에 오른다.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이 내한 공연을 한 것은 이들의 100년 역사상 처음이다.

아레나 디 베로나의 투란도트 프로덕션은 올리비아 허시가 등장한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1968)을 제작한 세계적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 프랑코 제피렐리(1923~2019)의 버전이다. 이번 무대 연출을 맡은 스테파노 트레스피디는 26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제피렐리의 작품을 소개하는 사명을 이루게 돼 의미 깊다”고 밝혔다.

트레스피디는 “제피렐리는 수많은 공연 인원을 자유자재로 지휘하면서 무대 미술, 조명 등 세밀한 것까지 놓치지 않은 연출가”라며 “제피렐리가 아닌 다른 버전의 투란도트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피렐리의 투란도트는 1987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의뢰로 첫선을 보였다. 제피렐리판 투란도트는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와 섬세하게 고증한 의상으로 극찬받았다. 이후 베로나 아레나 오페라에서는 2년에 한 번꼴로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전 세계 다른 공연장에서도 자주 연주된다.

주연 투란도트 역할을 맡은 소프라노 전여진은 “이탈리아 유학이 올해 12년째인데, 아레나 디 베로나는 이탈리아 성악도들에게 꿈의 무대”라며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이 연습했고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공연하겠다”고 말했다. 전여진은 당초 올해 초 오디션을 통해 6월에 열린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무대에 주연으로 낙점됐으나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무대에 설 수 없었다.

미켈라 린다 마그리 주한 이탈리아문화원장은 “올해는 푸치니 서거 100주년이자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이 되는 해다. 이번 행사가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아레나 디 베로나 축제 음악감독인 다니엘 오렌이 지휘하고 소프라노 올가 마슬로바, 옥사나 디카, 전여진이 타이틀 롤인 투란도트 공주 역을, 테너 마틴 뮐레와 아르투로 차콘 크루즈가 칼라프 왕자 역을 맡는다. 공연은 오는 10월 12~19일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KSPO돔)에서 열린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