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평가]
현실에서 법원 감정인으로 일하면서 부동산 가액과 관련된 분쟁 속에서 살다 보니 참으로 다양한 사건에 대해 간접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며칠 전 이혼 및 재산분할소송 중인 이에게 법원 감정의 절차 및 준비 등과 관련한 상담 요청을 받았다.
단 한 푼도 재산분할을 해줄 수 없다는 상대방에 대해 정당한 부동산 가치를 판정받아 재산분할을 받고자 하는 건이었다. 상담자는 자녀를 데리고 이미 집을 나온 어려운 상황임을 토로했다.
과연 이 부동산의 정당한 시가는 얼마일까. 부동산의 시가는 얼마에서 얼마라는 ‘범위’로 존재하는데, 재산분할을 위해 법원 감정을 통해 특정 금액으로 확정하는 것이다.
법원 감정은 대부분 단 1회로 결정이 된다. 예를 들어 시가의 범주가 18억~20억원 사이인 부동산이라면 평가자의 시각에 따라 18억원이 나올 수도 있고 20억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재산분할을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하는 입장이라면 법원 감정액이 18억원으로 나왔고 이로써 재산 분할가액이 확정된다면 억울한 점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단 한 번의 감정평가 기회를 제대로 살려내기 위해서는 감정평가와 관련된 정밀한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좋다. 이미 평가가 나와버리고 나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것을 뒤집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과거 10년 이상 동안 내 토지를 무단 사용한 무단점유자에 대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매월 토지 사용료를 산정해달라는 감정신청을 받았다. 감정신청서에 함께 첨부된 의견 내용을 살펴보니 집안 내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 같았다.
법원 감정인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매달 토지 사용료를 산정하면 해당 금액을 근거로 부당이득금이 확정될 것이다. 부당이득이라는 부분에 다툼이 없다면 과연 금액은 얼마인가 하는 부분이 핵심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받은 의견서에는 토지 사용료와 관련된 가격자료나 감정평가에 대한 의견은 전무했다. 대부분의 소송당사자는 부동산의 가액이 핵심이 되는 소송을 하면서도 감정평가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감정평가 결과가 나오고 나면 그제야 재감정신청 등을 하며 뒤집기를 시도한다.
하지만 부동산소송에서 단 1회, 단 한 명에 의해 이뤄지는 법원 감정에 대해 재감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사견으로는 부동산 가격에 대한 법원 감정 역시 더욱 공정한 재판을 위해 하나의 법률 사건에 대해 3단계의 법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는 3심제로 운영돼 재판의 기회를 여러 차례 주는 우리나라 재판제도의 취지에 맞춰 재감정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은 개인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막대한 재산인데, 이런 부동산을 두고 소송을 하는 일반 국민이 처음부터 모든 준비를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최소한 3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재판제도에 비추어 재판의 과정에서 재감정을 받아볼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도록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 법원 감정은 대체로 1회의 기회로 종료되므로 소송당사자가 최선을 다해 최초의 감정평가를 잘 받는 것이 최선인 상황이다. 부동산 가격과 관련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면 재감정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두면 좋다. 나아가 법원 감정평가를 잘 받고 싶다면 법원 감정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현명하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토지보상행정사사무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