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으로 세계 경제가 분절되고 제조업을 키우는 나라들이 늘어나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한국 제품의 '소득 탄력성'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인들의 소득이 늘었을 때 한국 제품을 '덜' 찾는다는 의미다.
산업연구원이 25일 발표한 '한국 수출의 세계 소득탄력성 변화 요인과 대응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국내 전(全)산업 평균 소득탄력성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탄력성이은 세계 소득 변화율에 대한 우리나라 수출 변화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구체적으로 소득탄력성은 세계 소득이 1% 증가할 때 우리 수출은 몇 % 증가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경기적 요인과 별개로 제품 경쟁력이나 소비자의 선호도 등 구조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산업연구원 분석 결과 2015년 1.35였던 한국의 전 산업 소득탄력성 추정치는 2023년 1.20으로 하락했다. 세계 소득이 1% 늘때 한국의 수출이 1.35% 늘던 것이 8년 만에 1.2%로 둔화됐다는 의미다.
산업별론 소재 산업이 같은 기간 1.44에서 1.19로, 자동차 산업은 1.57에서 1.3으로 하락했다. 반도체 산업만이 1.23에서 1.57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연구원은 전 산업에서 소득탄력성이 하락한 주요 원인으로 △세계 경제의 분절화 △제조업의 현지 생산 확대 △중국의 자급률 상승이 꼽았다. 반도체 산업의 소득탄력성이 높아진 이유는 2015년 이후 설비투자 확대, 기술 발전,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 등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소득탄력성 하락 가능성이 앞으로도 존재한다는 점을 경고했다. 산업연은 △미중 패권전쟁·지경학적 분절화 △세계적인 탄소중립 기조 △해외 생산 확대 △중국의 성장전략 변화와 첨단산업 육성 강화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연구원은 향후 소득탄력성 하락을 초래하는 구조적 요인들에 대응해 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대응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반도체, 바이오헬스, 이차전지 등 첨단전략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며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