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버스에 투자하라니, 매국노 아니냐"…野실언에 개미들 폭발

입력 2024-09-25 14:10
수정 2024-09-25 14:43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면 인버스 투자를 하면 되지 않느냐"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번 (금투세) 토론은 역할극에 일부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
"세금(금투세) 내는 게 정 아깝고 억울하면 법인 설립해서 법인세 내면 되지 않느냐"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
더불어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를 놓고 내부적으로 방향을 정하지 못하는 사이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에 불을 지르는 의원들의 '실언'이 여럿 나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전날 나온 김영환 민주당 의원의 '인버스 투자' 발언을 꼬집으며 "잔인하기까지 하다"고 일갈했다.

권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1400만 국내 투자자들이 입을 모아 이미 "폐지"가 정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시행'과 '유예'라는 오답만 국민께 말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내 증시 투자에 '더불어인버스' 하라는 것이 국민께 정치인이 할 소리인지 답답하다"면서 "오죽하면 민주당의 금투세 강행 목적이 증시 폭락을 통한 사회 혼란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겠느냐"고 반문했다.

김영환 의원은 전날 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여부를 두고 연 정책 토론회에서 "증시가 약세를 보이는 시기에 금투세를 도입하는 게 맞느냐"는 질의에 "주식 시장 우하향이 예상된다면 인버스 투자나 선물 풋옵션을 매수하면 수익을 볼 수 있다"고 답해 투자자들의 융단폭격을 받았다.

토론회가 열리기 전에는 "토론은 역할극"이라는 실언이 나와 투자자들이 허탈해하기도 했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지난 21일 개인 투자자의 항의 문자를 받고 "이번 토론은 디베이트 토론으로 역할극에 일부다. 안 찍어도 되지만 괜한 곳에 에너지 낭비 말고 주식시장 체질 개선하도록 정부 압박부터 하셔야 한다"고 답을 보내 논란이 된 바 있다.

민주당 내에서 '금투세 시행' 입장에서 앞장서 투자자들을 설득하고 있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역시 지난달 한 투자자의 항의 전화를 받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세금(금투세) 내는 게 정 아깝고 억울하면 법인 설립해서 법인세 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해 개미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이들의 블로그 등을 방문해 항의를 퍼붓고 있다. 김영환 의원 블로그 최신 글에는 "이분이 인버스 전문가 맞나", "얼마나 국민을 우습게 알면 주식시장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풋옵션 치라는 얘기를 다 할까", "여기가 대한민국 경제 망하는 곳에 베팅하라는 김영환 의원 블로그 맞냐? 대단한 매국노가 탄생했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토론회가 역할극'이라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강일 의원은 당 지도부의 사과 지시를 받았다. 그는 그러나 이후에도 "금투세로 제가 유명세를 탔다. 걱정해주시는 분들이 있어 뿌듯하다"며 고개를 숙이지는 않았다. 이에 투자자들은 "토론회를 기다린 개미 투자자들을 바보로 만들었다", "국민의 염원을 장난으로 본다"며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당의 정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진 의장은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주요 타깃이 됐다. 투자자들은 진 의장이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최신 글마다 몰려가 "재명세를 폐지하라", "건전한 투자 활동을 방해하지 마라", "우리나라 주식 하락에 대한 책임은 민주당이 지게 됐다", "나라 팔아먹는 거냐? 금투세 시행하면 민주당은 국민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라는 등이 항의 댓글을 달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전날 금투세 관련 토론을 마친 뒤 "상법 개정 등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금투세 디베이트(토론) 결과, 필요성과 시급성이 모두에게 인정된 주식시장 밸류업 정책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금투세 유예 여부에 관해서는 토론 결과를 토대로 당내 의견을 수렴해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의원총회를 열고 확정할 계획이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