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코리아의 소형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30'이 국내에 공개된 지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태 출고된 차량은 전무하다. 볼보가 글로벌 차원에서 2030년까지 전체 라인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접은 데다, 최근 국내의 전기차 화재 등으로 악재가 겹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볼보차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국내에 EX30을 처음 공개하고 사전 예약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공개 이틀 만에 사전계약 1000대를 넘기며 호응을 얻었다. 볼보차코리아는 EX30이 올해 상반기 국내에 출시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국내 판매량은 2000대가량으로 예상했으나 현재까지 국내 판매량은 '제로'다. 아직까지 단 한 대도 출고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전 계약 후 차량 출고를 대기 중인 고객들은 기다림에 지칠대로 지쳤다. 내년 초에는 출고가 시작될 것이란 게 볼보차코리아 측 입장이지만, 앞서 여러번 출고 시기를 미룬 탓에 신뢰도마저 떨어지고 있다.
볼보차코리아는 지난 6월 EX30의 국내 인증을 마치고 순차적으로 출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EX30의 출시 시기가 늦어진 만큼 연식변경 모델을 올해가 아닌 내년 초 출시하는 쪽으로 선회했다. 2025년식 모델로 출시할 경우 국내 인증을 다시 받아야 하는 만큼 현재 차량 설계 최신화를 거치면서 인증을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볼보차코리아 관계자는 "EX30의 경우 보다 최신 제품을 전달하고자 2025년식 모델 출고를 준비 중"이라며 "출고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려우나 내년 초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이은 출고 지연 소식에 EX30 출고를 기다리는 고객들은 허탈해하고 있다. 전기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은 "EX30 대기를 걸고 기다리고 있는데 언제 차량을 받을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다른 소형 전기 SUV로 넘어가야할지, 이왕 기다린 김에 계속 기다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EX30은 지난해 11월 국내에 처음 공개된 이후 사전 예약 한 달 만에 2000대를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예고한 신차다. 69kWh 니켈·코발트(NMC) 배터리를 탑재한 EX30은 산업통상자원부 인증 기준 1회 충전 시 최대 404㎞를 주행할 수 있다. 전비는 5.5㎞/kWh(도심 5.8㎞/kWh, 고속 5.1㎞/kWh)로 2등급을 기록했다.
사전 예약의 경우 여러 전기차에 복수 계약을 한 뒤 다른 차를 구매한 고객 등 실구매는 변수가 있겠지만 전체 대수 자체에는 크게 변한 점이 없다는 게 볼보차코리아 측 설명이다. 전기차임에도 가장 낮은 엔트리급 가격이 형성돼 있는 반면 편의사양이나 안전기술은 플래그십급이라 차량 출고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EX30은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코어 트림 4945만원, 울트라 트림 5516만원으로 책정됐다. 뿐만 아니라 스티어링 휠 상단에 탑재된 IR센서로 운전자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는 '운전자 모니터링 경보 시스템'을 비롯해 차세대 파크 파일럿 어시스트, 문열림 경보 등이 새롭게 적용됐다.
다만 최근 인천 청라와 충남 금산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에 따른 '포비아(공포증)' 확산으로 전기차 구매 의지가 시들해진 점은 악재다. 아울러 EX30 출고가 늦어진 사이 경쟁 차종 출시로 소형 전기차 구매 고객을 뺏긴 영향도 없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EX30의 출고가 늦어지는 사이 기아의 소형 전기 SUV 'EV3'가 국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점은 볼보차코리아엔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EX30이 오랜 시간 기다린 소비자들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