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년간 국내에서 해상풍력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글로벌 업체가 최근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풍력업계에 따르면 남해안 등지에서 수천억원 규모 해상풍력 개발에 나선 A사는 국내 사업자 등에 관련 사업 매각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해상풍력 특별법 처리가 지연돼 규제 완화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점에 A사 경영진이 실망한 것으로 안다”며 “신규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쏟아지는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려는 것도 이유”라고 말했다.
해상풍력 개발사는 사업 계획 수립부터 자금 조달까지 책임진다. 국내에는 경험이 있는 회사가 많지 않은 만큼 사업 초기엔 해외 개발사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A사를 필두로 해외 기업의 국내 사업 철수가 이어지면 해상풍력사업에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3일 한국경제신문과 법무법인 세종 입법자문그룹이 공동 개최한 ‘해상풍력특별법, 필요성과 쟁점’ 입법 콘서트에서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21대에 이어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됐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해상풍력특별법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 의원들이 공동 주최자로 나섰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많은 의원이 해상풍력 발전 확산에 관심을 두고 있는 만큼 법안 통과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내에 (특별법을) 빨리 당론 법안으로 발의하겠다는 의견이 있다”고 했다.
해상풍력특별법은 관련 사업 절차를 간소화해 발전 용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마련됐다. 현재 사업자가 개별로 사업 입지를 선정하는 것을 정부 주도 계획 입지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어민 반발과 29개에 이르는 인허가 등 사업 걸림돌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정부 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데다 서해안과 남해안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도 부정적인 입장이다.
입법 콘서트에서는 특별법 처리가 시급하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최덕환 한국풍력산업협회 실장은 “2011년 서남해 해상풍력사업 시작 당시 국내 12개 제조사가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살아남은 곳은 세 곳에 불과하다”며 “문재인 정부 초기에 진입한 해외 개발사들도 국내 사업 환경에 실망하는 등 사업 신뢰성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상풍력사업 관련 법률 컨설팅을 해 온 정수용 세종 변호사는 “오늘 사업 허가를 받더라도 전력 생산은 2030년에나 가능할 정도로 거쳐야 할 사업 단계가 많다”며 “주민 보상 등을 하려고 해도 ‘부르는 게 값’일 만큼 정확한 비용 추산이 어렵고, 누구와 협의해야 할지부터 판단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발제자들은 특별법에 계획 입지 외에 사업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사항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기존 사업자가 확보한 입지 인정 여부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해상의 사용료 부과 방식 △사업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 해소를 위한 민간 보험 상품 도입 근거 등이다.
남명우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정책과장은 “여야는 물론 정부 부처 사이에도 견해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관계 부처 협의체를 구성해 이견을 조율하겠다”고 밝혔다.
박주연/김종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