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신공항, SPC 대신 공영개발로 바뀌나

입력 2024-09-24 17:09
수정 2024-09-25 00:31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사업이 중대 고비를 맞았다. 대구시가 그동안 추진해오던 특수목적법인(SPC) 모집을 통한 민관 공동개발 방식이 고금리와 부동산 불황으로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24일 SPC 대신 시가 사업비 전액을 공공자금관리기금에서 빌려 직접 시행하는 공영 개발 사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지난 6월 주호영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개정안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았다며 국회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사업 변경의 가장 큰 이유는 함께할 민간 사업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4일이 마감인 ‘TK신공항건설 및 종전·주변지 개발사업’의 민간 참여자 모집 결과 사업계획서를 제출한 곳은 없었다. 지난해 4월 특별법 통과 후 17개월, SPC 민간 참여자 모집 공고 후 6개월 만이다.

SPC 민간 참여자 모집이 무산된 것은 금융비용이 14조8000억원까지 늘어난 게 직접적인 원인이다. 군공항 건설(11조5000억원), 종전 부지 개발(5조9000억원) 등 총사업비의 46%에 이르는 기형적인 사업구조에서 민간 참여가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TK신공항 사업은 기부대양여사업에 따라 추진돼왔다. 대구시가 현재의 군공항을 이전 부지인 군위와 의성에 먼저 지어주고(기부) 종전 부지(현 K2)를 양여받아 개발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시의 사업을 대행하는 SPC는 사업비를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조달해야 한다. 2030년 완공 예정인 군공항과 종전 부지를 개발하는 2036년까지 사업 기간이 너무 길어 SPC의 금융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개발 이익 확보가 불투명한 것도 원인이 됐다.

시는 SPC를 통한 PF 대신 정부의 공자기금을 활용하면 금융비용이 3조1000억원(총사업비의 18.2%)으로 준다고 분석했다. 시가 모든 공사를 입찰로 진행하기 때문에 공사비도(평균 낙찰률 87%) 1조5000억원 절약된다. 총사업비는 32조원에서 17조원으로 줄고 수지도 7조원 적자에서 10조원대 흑자로 예상했다. 시의 공영 개발 방식은 SPC를 구하지 못해 맞이한 TK신공항건설 위기 국면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띄운 새로운 승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시가 묘안을 찾기는 했지만 넘어야 할 산도 아직 많다.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정부 설득과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그동안 정부의 공자기금을 활용한 사례는 용산 주한미국기지를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국방부 특별회계에 공공관리기금 6조5000억원을 지원한 사례가 있다. 정장수 경제부시장은 “TK신공항 특별법 개정을 통해 사업 여건을 개선해 2030년 TK신공항 개항이 차질 없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