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달 돌아온 한강…콘크리트 둑 다 걷어낸다

입력 2024-09-23 17:42
수정 2024-09-24 00:21
서울 한강에 맹꽁이, 삵 등 야생동물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한강 수변공간의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도록 녹지와 습지를 조성해온 노력의 결실이다. 서울시는 생태공원으로 변신한 한강을 도시 경쟁력 강화뿐 아니라 향후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매력 포인트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녹음 짙어진 한강 수변공간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첫 임기인 2007년부터 추진한 한강 자연성 회복 사업을 통해 이곳에 서식하는 생물종이 모두 2062종으로 사업 전보다 30% 가까이 급증했다고 밝혔다. 한강변에 조성된 수목도 기존 85만 그루에서 365만 그루로 4배 이상 늘었다. 주용태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장은 “강과 둔치 경계부를 뜻하는 한강변 호안의 86%가 자연형으로 복원됐다”며 “내년엔 이 비율을 94%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은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회색빛 일색이었다. 1980년대 한강 종합개발 계획에 따라 저지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 벽돌 등 인공 구조물을 강둑에 설치한 탓이다. 그러다 오 시장 취임 이듬해인 2007년부터 시는 자연형 호안 복원에 초점을 맞춘 ‘한강 르네상스 사업’에 착수했다. 박원순 시장 재임기에도 한강을 생태공원화하는 사업만큼은 꾸준히 이어졌다.

오 시장은 2021년 시정에 복귀한 뒤에도 한강 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였다. 지난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계승해 내놓은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자연형 호안은 콘크리트를 단순히 걷어내는 게 아니라 생물 서식지를 복원하는 역할을 한다. 최영준 서울시 자연성회복과장은 “흙, 자갈, 수생식물을 심으면 수달 등 포유류의 은신처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전체 82㎞의 한강변 호안 가운데 자연형으로 조성할 수 있는 57.1㎞를 대상으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까지 49.5㎞(86%) 구간, 내년까지 53.7㎞(94%)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고덕수변, 암사, 여의도샛강, 강서습지, 난지생태습지 등 생태공원도 재정비한다. 수달이 종종 발견되는 여의도 샛강공원에는 수달이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수달 모래톱’을 늘리기로 했다. 습지가 많아 맹꽁이 서식처가 발견된 암사, 난지, 강서 공원에도 퇴적물을 걷어내고 적정 수심을 확보할 예정이다. 수상스포츠의 메카로 키운다한강이 친환경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수상 레저활동을 즐기는 시민도 크게 늘고 있다. 숲속 산책로, 모래 놀이터 등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자연형 한강 물놀이장’이 최근 도심 속 피서지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문을 연 한강공원 수영장 여섯 곳을 찾은 시민만 31만1370명에 달했다. 전년 동기(21만5000여 명) 대비 45% 증가한 수치다.

한강의 레저 활용도가 높아지면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오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프랑스 파리 센강보다 훨씬 깨끗하고 수려한 한강은 올림픽이 치러지면 여러 이유로 세계인의 눈길을 끌 것”이라고 했다. 센강은 나쁜 수질 때문에 올림픽 기간 전 세계인의 구설에 올랐다.

한강의 수질은 이전에 비해 크게 좋아졌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4~5월 조사한 결과 한강 물속 대장균 개체 수는 평균 100mL당 37개로 나타났다. 물환경보전법 시행령의 물놀이 제한 권고 수치(100mL당 500개)보다 한참 아래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