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막는다"…SKIET, 고내열 분리막 개발 성공

입력 2024-09-23 17:41
수정 2024-09-24 00:52

종이보다 얇은 흰색 원단이 기계에서 뽑혀 나와 길게 늘어진다. 도자기 성분인 세라믹을 미세하게 도포하면 2차전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이 탄생한다. 경쟁사 대비 원단을 균일하게 뽑아내고 세라믹을 고르게 도포하는 게 SKIET의 독자적인 기술력이다. 지난 19일 찾은 대전 SK대덕연구단지 내 SKIET R&D센터에서는 내구성을 높이는 실험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2차전지는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서 리튬이 활발히 이동하며 전기를 발생시킨다. 이때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화재가 일어나는데 이를 중간에서 막는 것이 분리막이다. 전극의 접촉을 막으면서도 아주 미세한 구멍을 통해 리튬은 통과시켜야 한다.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유지하면서 안정성은 높이는 등 균형을 유지하는 게 분리막 기술의 핵심이다. SKIET는 이를 위해 10여 건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최근 개발에 성공한 ‘고내열 분리막’은 실험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350도까지 내구성을 유지한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분리막 제품 중 가장 내열성이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국내외 두 곳의 배터리 고객사와 신규 공급을 협의 중이다.

SKIET는 온도가 어느 정도 올라가면 리튬이 지나다니는 구멍을 차단해 화재 확산을 막는 ‘셧다운 온도 저감 분리막’, 기존 제품 대비 외부 충격에 따른 내구성을 20% 높인 ‘초고강도 분리막’ 등의 개발도 마쳤다. 김진웅 SKIET R&D센터장은 “분리막의 퀄리티를 결정하는 핵심은 강도, 내열성, 기공 구조의 균일성”이라며 “세 부문 모두에서 확연히 개선된 연구 데이터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SKIET의 경쟁 상대는 중국 분리막 제조사다. 김 센터장은 “연구개발 데이터를 축적한 시간의 차이가 크다”며 “제품 제조 과정만 보면 동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수m에 달하는 분리막을 한번에 제조하면서 균일하게 품질을 유지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SKIET는 다음 단계 경쟁을 위해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2차전지 내 가스 발생을 저감하는 분리막, 전해액 분해를 막아 에너지 밀도 저하를 방지하는 분리막 등은 이미 상업화 직전 단계까지 개발을 마쳤다.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전고체용 배터리를 위한 전용 분리막도 개발하고 있다.

대전=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