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므파탈 김고은X성소수자 노상현의 뒤집어지는 '동거' 동락 '대도시의 사랑법' [종합]

입력 2024-09-23 17:30
수정 2024-09-24 00:23

배우 김고은과 노상현이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의 얼굴로 돌아왔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을 통해서다.

2019년 부커상 후보에도 오른 박상영의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 중 '재희' 파트를 각색한 이 영화는 남 눈치 보지 않는 자유로운 인생관을 가진 재희(김고은)과 자신의 성 정체성과 감정을 숨기는 것이 익숙한 흥수(노상현)가 대학에서 만나 한 집에 동거하며 시작된다.

김고은은 스스로를 '팜므파탈'이라 칭하며 본능에 충실한 재희를 연기했다. 반면 노상현은 모든 사람과 일정한 거리를 두려는 인물.

영화는 가진 건 패기뿐인 대학 시절부터 직장, 결혼 등 현실적인 고민이 깊어지는 시기까지 재희와 흥수가 함께한 13년을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김고은, 노상현의 개성 있는 연기와 티키타카는 보는 이에게 웃음과 걱정, 그리고 응원을 자아낸다.

'대도시의 사랑법' 연출을 맡은 이언희 감독은 23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소설 중 단편을 영화화하는 거라 많은 부분들이 필요했고, 원작을 재밌게 봤는데 재희와 흥수를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하고 이들과 친해지면서 나름대로 서사를 채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원작을 보며 자조적으로 농담하는 캐릭터의 표정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영화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고, 이런 디테일한 에피소드들이 생겼다"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들을 두려워하거나 피하기보다 대처하고 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김고은은 "캐릭터가 저와 동갑인 건 처음"이라며 "연기를 하면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교 1학년 때 아이폰이 처음 출시돼 벅찼던 추억이 생각이 났다"면서 재희를 연기하며 나는 왜 저렇게 놀지 못했나, 약간 부러웠고 대리만족했다"고 덧붙였다.

또 ""재희라는 인물 자체가 시나리오상에서도 톡톡 튀고, 눈길을 사로잡는 성격의 인물이다. 최대한 그런 재희를 잘 표현하고 싶었고, 여러 사람에게 미움을 받고 오해를 사는 인물인데 일차원적으로 단순하게만 보이지 않게 이면의 것이 와닿을 수 있게끔 잘 표현해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성정체성을 비밀에 부치고 살아가는 재희를 연기한 노상현은 "본인만의 비밀과 특징 때문에 겪어왔던 내면의 아픔이 있는 캐릭터"라며 "재희가 용기를 내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 좋았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성소수자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은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며 "흥수가 느꼈을 만한 답답함, 고립, 수치스러움 등 다양하게 억눌린 감정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영화는 김고은, 노상현의 케미가 절대적으로 중요했다. 노상현은 "첫 만남에선 낯을 가렸지만 저희가 또래이기도 하고 김고은이 먼저 다가와 줘서 서로 장난치고 말을 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고은은 "촬영 전 이미 친해진 상태라 촬영하며 친해져야 한다는 압박이나 노력이 있지는 않았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재희 집에서 촬영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서사를 쌓아가는 데 중요한 부분"이라며 "세트 촬영 시점부터는 대화를 정말 많이 했다. 굳이 아침밥도 안 먹는 노상현에게 같이 먹겠냐고 하고, 아침 점심 저녁을 같이 먹으며 신과 일상이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대화를 많이 했다"고 전했다.

영화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열린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세계 관객들에게 먼저 첫선을 보였다.

이 감독은 "영화가 국내에서 개봉하기 전 외국에서, 일반 관객을 만나는 게 처음이었다"며 "한국 관객을 대상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그곳에서도 좋은 반응을 주셔서 감사했다. 한국에서도 그런 반응을 받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했다.


김고은은 "토론토에서 처음 상영할 때 1200명의 관객이 있다고 했다. 그렇게 많은 관객과 함께 본 경험은 없었는데 놀라웠다. 신마다 반응을 해주셔서 콘서트 보듯 같이 웃으면서 봤다. 잊지 못할 경험이다"라고 회상했다.

올초 김고은은 영화 '파묘'에서 컨버스를 신은 MZ무당 화림 역을 통해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대도시의 사랑법'에서도 김고은은 자신의 심볼처럼 컨버스를 신고 나온다.

그는 웃으며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다"면서 "영화가 제작되기까지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우여곡절도 많았어서 이렇게 개봉하게 되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흥행까지 된다면 얼마나 기쁠지 모르겠다"며 "도와달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오는 10월 1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