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전기차 화재로 판매량에 타격을 입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중국에서도 리콜 사태를 만났다. 벤츠 사랑이 유별난 한국은 벤츠의 글로벌 4위 시장이고 중국은 벤츠의 최대 시장일 정도로 비중이 큰데 잇달아 악재가 터지며 흔들리는 모양새다.
지난 23일 중국 매체 재련사에 따르면 중국 규제당국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독일 벤츠의 현지 합작 법인 베이징 벤츠가 중국에서 생산한 자동차 52만여대를 리콜한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은 2011년 8월30일∼2019년 4월3일 수입된 A, B, CLA 및 GLA클래스 24만1861대와 2014년 3월13일∼2019년 10월12일 현지에서 생산된 GLA클래스 28만1233대다.
총국은 "리콜 대상에 포함된 일부 차량은 휠 스피드 센서 덮개 재질의 방습 성능이 충분치 않아 덥고 습한 환경에서 장기간 사용하면 센서가 오작동할 수 있다"며 자동차 안정성 제어장치(ESP)의 일부 기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리콜 사태는 벤츠가 올해 실적 전망을 대폭 하향 조정한 뒤 나온 조치라 더욱 주목된다. 앞서 벤츠는 "중국의 경제 둔화에 따라 소비 심리가 위축돼 중국 내 판매량이 기대보다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차량 부문의 매출 이익률을 기존 전망치인 10~11%에서 7.5~8.5% 사이로 대폭 내렸는데, 추가 하락 여지가 생긴 셈이다.
중국 시장 리콜은 벤츠에게 특히 뼈아프다. 지난해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벤츠코리아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벤츠의 글로벌 판매량 국가 순위는 중국, 미국, 독일 순이다. 중국 시장은 본고장인 독일보다도 더 많이 팔리는 시장이라 벤츠는 현지에 집중 투자했다. 벤츠와 중국 내 협력 업체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에 투자한 총액은 1000억 위안(약 18조8000억원)을 넘어섰고, 최근 중국 협력 업체와 함께 중국 시장에 140억 위안(약 2조6000억원)을 추가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글로벌 판매량 4위를 기록한 한국에서도 벤츠는 위기를 겪고 있다.지난 7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벤츠의 한국 주력 판매 모델인 전기차 EQE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벤츠코리아 전기차 판매량이 고꾸라진 것이 단적인 예다.
직접 타격을 받은 EQE는 지난달 국내에서 전월 대비 반토막 난(48.7% 감소) 39대 판매에 그쳤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88.5% 급감한 수치다. 화재와 직접적 연관이 없었던 벤츠 모델들마저 판매량이 확 줄었다. EQS, EQA 등은 모두 전월 대비 20~50%대 판매량이 떨어졌다.
벤츠 EQE는 기존에 알려졌던 중국 CATL 배터리가 아니라 리콜 전력이 있는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를 탑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 공분을 샀다. 일각에서는 "1억원을 웃도는 찻값에 싸구려 중국산 배터리를 넣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EQE 화재 차량과 관련해 표시광고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대표는 다음달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채택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회가 EQE 전기차 화재 사고와 관련해 바이틀 대표를 증인으로 소환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벤츠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경영진이) 국감에 출석해 적극 소명할 소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