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3일 16:4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건설과 석유화학 업종의 신용도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국내 신용평가사의 진단이 나왔다. 건설 업종의 경우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지방 부동산 경기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석유화학 업종은 장기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3일 열린 '크레딧 이슈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건설 부문에서는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관측했다. 수도권은 대출 규제 등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집값이 가파르게 뛰는 추세다. 반면 수도권 외 지방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202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방 미분양 재고가 2022년부터 누적되면서 신축 주택 공급이 과잉된 상태라는 게 한신평의 설명이다.
문제는 지방 부동산 경기 부진이 건설사 신용도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특히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지방을 거점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사례가 많은 편이다. 지방 사업장 비중이 큰 건설사의 분양 실적과 재무지표를 검토해야 한다는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폭탄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규모는 올해 6월 말 기준 27조1000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지훈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건설업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를 위해서는 지방 주택시장 회복이 필수적"이라며 "지방 주택 및 비주택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 건설사의 추가 부실 인식 가능성 등은 (건설업의) 영업실적 및 신용도에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종은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재무지표가 악화하고 있다고 봤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10개 사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 배율이 5배를 넘어섰다. 현금 창출을 통해 빚을 갚는 데 5년 넘게 걸린다는 뜻이다.
신용도 하향 리스크에 노출된 석유화학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롯데케미칼, SKC, 여천NCC, SK어드밴스드 등이 신용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가 달려있다. 향후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약화한 석유화학 기업의 영업 현금 창출력, 신사업 투자 부담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재무 부담 축소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