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바닷가재(랍스터) 전문 식당에서 랍스터에 왕관을 씌워 손님상에 올려 논란이 불거졌다. 랍스터가 몸통이 절단된 채 몸부림치듯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무척추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는 만큼 섭취 방식이 잔인하다는 의견이다.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인스타에서 너무하다고 난리 난 랍스터 식당'이라는 제목의 영상과 캡처 화면이 공유됐다. 해당 영상은 SBS플러스 '나는 솔로'를 통해 만나고 있는 한 커플이 서울의 한 랍스터 식당에서 주문한 음식이 나온 뒤 반응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이날 테이블에 올려진 랍스터는 몸통이 절단된 채 왕관을 쓰고 집게팔을 휘젓고 있었다. 양쪽 집게발엔 각각 편지와 꽃 한 송이를 집은 상태였다. 영상 속 인물들은 랍스터를 보며 "어머 움직여", "뭐야 뭐야"라고 말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먹을 거면 좋게 좀 보내주든가. 생명 존중하는 마음이 없으신 거 같다", "원래 회 뜨기 전에 생명의 존엄성은 기본이라 고통 덜 느끼라고 기절시키고 다음에 회 뜨는데 여기는 아파서 몸부림치는 걸 보고 기뻐하고 좋아하는 게 소름 끼친다", "고통스러워 움직이는데 왕관을 씌우고 움직이는 걸 재밌다고 보는 건가", "옳고 그름을 떠나서 천박하다", "원래 랍스터를 손질할 때 단번에 죽이거나 기절시키는 걸 가장 먼저 한다. 이건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 등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바닷가재나 게, 문어, 오징어 등과 같은 무척추동물도 고통을 느낀다는 의견에 따라 살아있는 무척추동물의 조리 방법을 동물보호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살아 있는 바닷가재와 문어 등은 먼저 기절시킨 다음 끓는 물에 넣는 등 조리하기 전 고통 없이 죽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런던정치경제대 연구팀이 문어가 속한 두족류와 바닷가재가 속한 십각류의 지각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300여편의 과학 연구를 검토한 결과 십각류와 두족류는 다른 무척추동물과 달리 복잡한 중추신경계를 갖고 있다. 지각 능력이 있다는 의미다.
지난 2021년 3월 국제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 대학 연구팀은 문어가 신체적, 정서적으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기도 했다.
이에 관련 동물보호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한 나라는 스위스다. 스위스는 2018년 갑각류를 산 채로 요리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며 바닷가재를 얼음 위에 올려 운반하는 것도 금지했다. 이를 어길 시에는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이후 노르웨이, 뉴질랜드, 오스트리아와 호주, 영국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