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22년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한 가운데, 민주당이 검찰 압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사 검사들 고발·탄핵은 물론 방탄 입법안 심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눈앞에 다가오자 화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11월 선고 앞두고 사법 리스크 고조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왜곡죄를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심사할 예정이다. 같은 날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대장동 사건 수사 검사들을 허위 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고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검찰 압박에 속도를 내는 건 법원이 오는 11월 15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를 내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지난 20일 이 혐의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이 대표가)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해 사안이 중대하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 방송에 나와 대장동 개발사업 실무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지 못했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하고, 같은 해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개발 용도 변경과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해당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거짓말을 한 혐의를 받는다.
오는 30일에는 위증교사 사건의 결심 공판도 예정돼 있다. 위증교사 사건 역시 11월에 1심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 확정판결이 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고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위증교사 사건에서 금고형 이상이 확정돼도 피선거권을 잃는다.
이 대표는 두 혐의를 비롯해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성남FC 의혹 사건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 등 일곱 가지 혐의로 네 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野 검찰 정조준 법안 심의 속도민주당은 검찰을 압박하는 입법을 통해 사법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정기국회 때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 개혁’도 완성하겠다는 방침이다.
대장동 사건 변호사 출신인 이건태 의원이 대표 발의한 형법 개정안은 검사 등 수사기관이 피의자나 피고인의 유불리에 영향을 미치고자 법을 왜곡할 경우 처벌하는 내용이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왜곡 수사’로 규정하고 검찰과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한 방탄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검찰개혁태스크포스(TF) 단장을 맡고 있는 김용민 의원은 수사기관이 증거를 위조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처벌하도록 한 ‘수사기관 무고죄’를 발의했다. 검사장 출신인 이성윤 민주당 의원은 검찰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하는 ‘대북 송금 특검법’을 내놨다.
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통령 일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문 전 대통령과의 ‘단일 대오’를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 전정권탄압대책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3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다.
정상원/김종우 기자 top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