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세만 지원 가능’ ‘20대 지원자 우대합니다’.
퇴직 후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고령층이 늘어나는 가운데 지난해 ‘연령 제한’을 명시한 채용 공고가 1000건 넘게 적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활동을 하는 중장년층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아르바이트 시장에는 여전히 연령제한 구인 표기가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연령 제한 채용은 위법이라는 게 고용노동부의 지적이다. 연령 제한 공고 매년 1000건
22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모집·채용 과정에서 연령 차별 위반이 의심되는 사업장은 1067개에 달했다. 이 중 ‘OO~OO세’ ‘O세 이하’ 등 구체적으로 연령 제한을 명시한 곳은 915개였고 ‘20대 우대’ ‘청년층 우대’ 등 특정 연령대를 우대해 간접적으로 차별 표현을 쓴 곳은 152개였다. 지난해 위반 의심 사업장(1237개)보다는 소폭 줄었지만, 이 수치는 2020년부터 매해 1000건대를 기록 중이다.
고령자고용법에 따르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이유로 모집·채용 과정에서 차별하면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청년 인턴을 모집한다거나 사업장별로 정해진 정년이 있는 등 예외 사유가 없는 한 “젊은 사람만 뽑는다”거나 “나이가 많으니 뽑지 않는다”는 식으로 모집 과정에서 차별하지 말라는 취지다.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공고는 매우 드물다. 고용부는 의심 사업장의 공고를 취합해 근로감독관에게 넘겨 최종 판단을 맡기는데, 차별 의심 사업장 1067곳 중 위반이 인정된 곳은 1010개로 94.6%에 이르렀다. 이 중 685개(67.8%)가 경고, 314개(31.1%)가 시정지시를 받았다. 과거부터 경고·시정지시가 누적됐음에도 재차 적발돼 사법처리(검찰 송치)된 경우는 11건이었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시장에서 연령 차별이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인크루트, 사람인, 알바몬, 알바천국 등 주요 취업포털업체 7곳의 구인 공고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해왔는데, 작년 위반 의심 사업장 중 87.1%가 아르바이트 양대 플랫폼인 알바몬, 알바천국에서 나왔다. 고용부 관계자는 “다양한 연령대에서 제한 사례가 나오지만, 대개는 ‘2030을 뽑겠다’며 고령자를 배제하는 경우”라며 “카페·음식점에서 서빙하는 서비스업이나 물류창고에서 짐을 옮기는 도소매업 등 육체 능력이 요구되는 사업장이 주로 적발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실버 차별’ 차단 나서고용 기간이 짧고 고용주의 자율성이 높은 아르바이트 시장에서는 인식 개선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족한 육체 능력으로 인한 업무 중 사고를 우려하는 고용주가 적지 않고, 연령에 민감한 국내 정서상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종업원을 고용하는 것을 꺼리는 인식도 있기 때문이다. 공고가 반복적으로 적발돼도 실형을 받는 경우가 매우 드문 점 또한 관행이 쉽게 고쳐지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실버 알바생’에 대한 인식을 플랫폼 차원에서 높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상반기 연령 차별 의심 사업장은 142개에 불과했는데, 최근 플랫폼 기업이 공고 게재 과정에서 법 위반 경고 팝업을 내거나 공고 자체를 제한하는 등 단속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알바천국 관계자는 “작년부터 차별 공고 등록을 방지하기 위해 유의사항 안내는 물론 공고 검수도 강화하고 있다”며 “(실버 알바생의) 근태가 성실하고 책임감이 있다는 인식도 최근 고용주들 사이에서 많이 공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모집 과정에서 뚜렷한 이유 없이 연령으로 차별하는 공고가 여전히 적발되고 있다”며 “고령화사회에 맞춰 고령층 노동자에 사회적인 인식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시온/곽용희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