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내리고 인도가 샀다"…사상 최고 금 왜 올랐나 봤더니

입력 2024-09-22 15:41
수정 2024-09-22 15:42


미국 중앙은행 Fed가 금리를 인하하자 금값이 연일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음의 상관관계에 놓인 달러의 힘이 약해지자 금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올해 들어 국제 금 시세가 이미 25%대 올랐지만, 증권가에서는 추가 상승 전망이 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금 현물 가격은 온스당 2600.1달러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하다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린 이후 줄곧 상승세를 이어가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내 금값도 11만원을 넘어섰다.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에 따르면 전날 1kg짜리 금 현물의 1g당 가격은 11만1430원으로 종가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28%대 올랐다.

금은 전통적으로 위기에 강했다.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주식 시장이 불안해지면 위험 회피와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해 돈이 금으로 향했다. Fed가 지난 18일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5.25~5.5%에서 4.75~5%로 인하하는 빅컷(0.5%포인트 인하)을 단행하면서 금 값이 치솟았다. 2020년 3월 이후 약 4년 반만의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서 투자 수요가 쏠린 것이다.

올해 상반기 안전자산 수요를 자극했던 중동의 지정학 리스크는 해소됐지만 다가오는 미국 대선 불확실성의 영향력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인도가 금 값을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인도가 금·은 수입관세를 대폭 낮추면서 전 세계 금괴가 인도로 가고 있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인도의 금 수입은 8월 달러 기준 100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영국 런던 소재 컨설팅회사 메탈 포커스의 예비 추산에 따르면 이는 약 131톤의 금괴를 수입했다는 뜻으로, 기록상 여섯 번째로 많은 수입량이다.

금 가격은 올해 초 이후 이미 25% 올랐지만 인도 정부가 7월말 금·은 수입 관세를 기존의 15%에서 6%로 9%포인트나 낮추자 금 수요가 다시 급증했다.

인도 귀금속 업계는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이어지는 축제와 결혼식 시즌 동안 금 매출이 연간 기준 최대 40%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금 현물 매수국인 중국에서는 가격이 높아지자 보석 판매는 줄었지만 금괴와 동전 판매는 늘어났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중국에서 금괴와 동전 판매는 지난 2분기에 전년 대비 62%나 급증했다.

서구 투자자 수요도 금괴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4개월 동안 금 기반 상장지수펀드(ETF)로 76억달러가 순유입됐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