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22일 10:1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글로벌 독립투자 리서치 플랫폼 스마트카르마(SmartKarma)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MBK파트너스 입장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추진하는 대항 공개매수에 대해선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카르마는 지난 20일 이 같은 내용의 ‘고려아연 경영에 대한 MBK파트너스의 4가지 주요 우려 사항들’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스마트카르마는 보고서에서 “고려아연의 형편없는 투자들(poor investments), 나빠진 수익성, 3자배정 유상증자·자사주 교환으로 늘어난 유통주식 수 등 MBK파트너스의 3가지 우려 사항들이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2014년 9월 설립된 스마트카르마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글로벌 기업·시장·업계 분석 플랫폼이다. 글로벌 5800여개의 기업을 다루고 있다. 4만4000개 이상의 독립 리서치 자료를 제공 중이다. 스마트카르마는 “지난 몇 년간 고려아연의 형편없는 투자는 회사의 부담을 키운 핵심 우려 사항 중 하나”라며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는 재무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MBK 파트너스의 우려는 특별히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고려아연의 수익성이 약화된 점도 문제라고 봤다. 스마트카르마는 “고려아연과 글로벌 경쟁사 관계인 힌두스탄 아연, 운남 치홍 아연 및 게르마늄 유한회사 등과 최근 5년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을 비교하면 경쟁사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다”며 “최근 몇 년간 고려아연은 점진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이 유상증자와 자사주 교환으로 주식 수를 늘림으로써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MBK파트너스 주장에도 동의했다. 스마트카르마는 “고려아연은 영업이익, 영업 현금흐름, 잉여 현금흐름을 꾸준히 발생시키는 기업”이라며 “이런 기업은 지난 5년간 유통 주식 수를 오히려 줄였어야지 늘리면 안 됐다”고 비판했다. 영업이익, 현금흐름이 좋은 기업은 주주환원을 위해 주식 수를 줄여야 했다는 의미다.
재무 건전성이 악화한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고려아연 부채 규모는 올해 상반기 약 1조3000억원으로 지난 2019년 대비 35배 증가했다. 순현금 규모도 2019년 약 2조6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8000억원으로 줄었다. 스마트카르마는 “대차대조표는 아직 안정적인 상태지만, 같은 기간 자기자본은 43% 증가하는 반면 총부채가 255%나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스마트카르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항 공개매수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카르마는 “다른 대형 사모펀드나 재벌 기업이 최 회장을 도울 가능성을 고려하더라도, 2조원은 작은 규모가 아니기에 실제 자금이 모일지가 관건”이라며 “더구나 시간이 촉박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충분한 자금을 모으더라도 MBK파트너스 등이 지적한 사항들이 해결되기 어려워 기관투자가 및 기타 법인, 개인 등 기타 주주들은 더 큰 우려를 표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