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신문조서에 공범의 자백이 담겼더라도 법정에서 피고인이 부인하는 경우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달 2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으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김 씨에게 필로폰 매매로 인한 마약류관리법 위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구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김 씨는 2023년 3월부터 4월까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2022년 대구 달서구 병원 영안실 뒤편 골목길 도로에 주차된 A씨 승용차 안에서 현금 15만원을 건네받고 필로폰을 판매한 혐의도 있었다. 당시 검찰은 김 씨로부터 필로폰을 구매했다는 A씨의 자백 내용(피의자신문조서)과 마약 검사 결과 등을 근거로 기소했다.
하지만 김 씨가 법정에서 해당 자백이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고, 이후 A씨도 진술을 번복했다. 이에 피고인이 부인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있는지가 재판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1심 재판부는 마약 투여 혐의만을 유죄로 보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후 2심은 A씨의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인정했고, 투여 및 매매 혐의 모두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자신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 따라 유죄의 증거로 쓸 수 없다"고 짚었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은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에 대하여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공판준비, 공판기일에 그 피의자였던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정하여 증거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