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재편 돕는 '전략적 파트너' 역할 하겠다"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

입력 2024-09-23 10:19
이 기사는 09월 23일 10:1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이 추진하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사업구조 재편) 작업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겠습니다."

길기완 딜로이트안진 경영자문부문 대표(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거세진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요구에 따라 기업 상당수가 리밸런싱에 몰두 중"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길 대표는 지난 6월부터 딜로이트안진의 경영자문부문을 이끌고 있다. 경영자문부문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 재무자문본부와 전략·리스크자문본부를 통합해 만든 조직이다. 1995년 딜로이트안진에 입사한 '정통 안진맨'인 길 대표는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재무자문본부장을 거쳐 경영자문부문 대표에 올랐다.

길 대표는 요즘 사업구조 재편 작업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정책 드라이브를 걸면서 밸류업 압박 수위가 거세지고 있다"며 "비주력 사업·자산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비주력 부문을 매각하고, 주력 부문 경쟁력을 더 키우는 과정에서 M&A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딜로이트안진은 이 같은 분위기에서 경쟁업체보다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는 "매물을 팔아주고 원하는 회사를 인수하는 자문사로서의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겠다"며 "사업구조 재편 전략을 기업과 함께 고민해, 거래를 주체적으로 발굴하는 게 달로이트안진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딜로이트안진은 기업들이 추진하는 사업구조 재편 작업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 M&A 자문팀도 남다르게 구성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회계법인은 인력 상당수를 금융 전문가로 채우고 있다. 반면 딜로이트안진은 컨설팅 전문가는 물론 해당 산업의 전문가도 M&A 자문팀에 두고 있다. 예를 들어 제약·바이오 M&A 자문팀에는 약사와 수의사 출신 전문가들이 회계사, 컨설턴트와 함께 협업한다.

길 대표는 "딜로이트안진은 섹터별로 산업 전문성을 갖추는 등 경쟁사에 비해 인력 다양성이 높다"며 "산업에 초점을 맞춰 개별 M&A보다 넓은 개념의 사업구조 재편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구조 재편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재편 과정에서 구상했던 M&A 계획을 전면 철회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자문사로서 딜로이트안진의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는 딜을 쫓는 것보다 효율성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길 대표는 단기 실적 향상보단 기업의 전략적 파트너가 되는 편을 택했다.

그는 "사업구조 재편 작업을 앞단에서 돕는 건 1~2년 만에 자문 실적 향상이라는 성과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후배들이 5년 뒤 더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반드시 가야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길 대표는 조직 개편 이후 경영자문부문의 차별화 포인트로 '고객지향'과 '맞춤형 서비스'를 꼽았다. 그가 생각하는 과거의 딜로이트안진은 '명품 백화점'이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인재와 서비스를 진열해놓고 원하는 고객은 알아서 구매하라는 식이었다. 그가 바라는 새로운 딜로이트안진은 '화장품 방문 판매원'이다. 길 대표는 "고객을 먼저 찾아가서 필요한 걸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자문사가 되겠다"며 "고객사들의 입에서 '딜을 클로징했다'는 말이 아닌 '딜을 성공했다'는 말이 나오게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길 대표는 올해 딜로이트안진의 랜드마크 딜로는 녹수 인수 거래를 꼽았다. 딜로이트안진은 스틱인베스트먼트가 텍사스퍼시픽그룹(TPG)으로부터 약 4630억원에 글로벌 바닥재 기업 녹수의 경영권(지분 65%)을 사들이는 거래의 인수 자문을 맡았다. 사모펀드(PEF) 간 세컨더리 거래로 업계의 주목을 받은 딜이다.

길 대표는 "펀드 간 세컨더리 거래가 성사되려면 A펀드에서는 보지 못했던 성장 포인트를 B펀드에서 발견하는 게중요하다"며 "이런 전략적 포인트를 발굴하고 강조해 딜이 성사되도록 하는 게 딜로이트안진이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종관/하지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