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상에 엄청난 파급력을 미치면서 조회수와 구독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던 크리에이터(콘텐츠 제작자)들이 사망하거나, 이들을 모방하다 목숨을 잃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인생샷 남기려다 인생 마지막 샷 '찰칵'2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7월 인도의 한 유명 여행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에 올릴 릴스를 촬영하던 중 협곡으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인도 뭄바이에서 활동하면서 30만 팔로워를 확보한 인플루언서 안비 캄다르는 친구들과 함께 마하라슈트라주 서부 쿰브 폭포로 여행을 갔다 사고를 당했다.
캄다르는 소셜미디어에 올릴 사진과 영상을 촬영하던 중 갑자기 균형을 잃고 미끄러져 300피트(약 91m) 협곡 아래로 떨어졌고 6시간 만에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끝내 사망했다.
지난해 7월 프랑스 국적의 유명 인플루언서도 추락사로 숨졌다. 세계 곳곳의 초고층 건물을 섭렵하며 묘기를 선보이는 것을 SNS에 공개해온 등반가 레미 루시디가 홍콩의 한 빌딩을 오르다 발을 헛디딘 것이다.
201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루시디는 불가리아, 포르투갈, 두바이 등 각국 마천루에 오르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게시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루시디가 사망한 추락 현장에는 카메라도 함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너무 맵게 많이 먹다가 그만"…'심장마비' 유발한 먹방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 중 하나인 '먹방'으로 인해 사망한 사례도 있다. 지난 6월 약 5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필리핀 유명 먹방 인플루언서 동즈 아파탄은 먹방 영상을 찍은 다음 날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전날 많은 양의 치킨과 쌀을 조리해 먹는 먹방 영상을 올렸고 이튿날 심각한 뇌졸중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그의 뇌에선 혈전이 발견됐는데 의료진은 "매일 짠 음식과 다량의 고기를 섭취하면 혈압 상승에 의해 혈관이 파열돼 혈전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올해 7월 매일 10시간 이상 쉬지 않고 음식을 먹는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크리에이터 판샤오팅이 심장마비로 숨졌다. 그는 매 끼니 여러 종류의 고열량 음식을 10kg 넘게 먹었다. 판 샤오팅의 부검 보고서에 따르면 위에는 음식이 소화되지 않은 채 가득 차 있었고 복부는 심하게 변형돼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과자 '원칩'을 먹는 것에 도전하는 영상이 SNS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 과자를 섭취한 10대 소년이 사망한 경우도 있었다.
원칩은 리퍼 고추와 나가 바이퍼 고추를 재료로 사용됐다. 리퍼고추의 스코빌 지수 무려 220만으로 우리나라 청양고추의 약 300배 이상이다. 불닭볶음면과 비교하면 500배 이상 매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사망한 10대 소년 해리스 윌로바는 사망 당일 같은 반 학생이 건넨 원칩을 먹고 심한 복통을 호소했으며 그날 오후 본인의 방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숨졌다. 사인은 '심폐정지'. 윌로바의 어머니는 앞서 아들이 죽기 몇 시간 전에 먹은 매운 과자가 아들의 건강을 악화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주장했다. 원칩의 제조업체인 파키는 해당 과자의 판매를 중단했다. 中, 먹방 규제하자 '개먹방·술먹방' 등장…"실효성 떨어져"
SNS발 사망 사고가 계속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자극적 콘텐츠 규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은 2020년부터 음식 낭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과도한 먹방 콘텐츠를 금지해왔으며 이를 위반하면 최대 1만 위안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에 '개 먹방', '술 먹방'이 또 다른 콘텐츠로 등장하며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먹방 사망사고가 발생한 필리핀도 올해 7월 SNS와 홈페이지 등에서 콘텐츠 규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법 제정에 관한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동즈 아파탄의 가족도 그가 먹방으로 인해 사망했는데도 SNS를 이어받아 음식을 먹는 모습을 찍은 영상을 계속해서 게시하고 있다.
당시 필리핀 보건부 장관 테오도로 헤르보사는 "먹방 유튜버들이 건강하지 않은 행태를 필리핀 국민에게 홍보하고 있는데 과식은 건강하지 않고 이는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하며 "우리는 이 사람이 왜 숨졌는지 먼저 조사하고 이런 행위를 건강에 안 좋다는 이유로 건강 관련 규제 당국이 금지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