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서며 정기예금(CD·양도성예금증서), 예금 계좌 등에 있던 수조달러 규모의 글로벌 투자금이 대거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 5%대 고금리 시대가 끝나 예금과 채권의 투자 매력이 낮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국면에 비축해 놓은 현금 비중을 재조정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미국인들은 지난 2년 동안 금리 상승으로 현금 매력이 높아지자 수조달러를 저축계좌와 머니마켓펀드(MMF)에 쌓아 뒀다. 인베스트먼트컴퍼니인스티튜트에 따르면 MMF에 유입된 개인 투자금은 금리 인상 6개월 후인 2022년 9월 1조5000억달러(약 1998조원)에서 지난주 2조6000억달러(약 3463조원)로 늘었다. 리처드 카터 퀼터체비엇 채권리서치책임자는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은 글로벌 자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리 인하로 MMF에서 자금이 빠져나올지 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MMF에 현금을 넣어둔 투자자에게 수익률 확정을 위해 미리 채권 등으로 갈아타라고 권했다.
미국 금리 인하는 금리 차를 이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 형태인 캐리 트레이드 흐름을 바꾼다. 그동안 제로 금리였던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 증시 기술주나 멕시코, 호주 등 고금리 국가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했다. 미국 금리가 내려가고 일본 금리가 올라가는 추세여서 엔 캐리 트레이드 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경기 침체 우려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동남아시아 신흥국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금리 인하를 앞두고 지난 수개월간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이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국채와 주식을 사들였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