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집값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적용을 앞두고 매수세가 대거 유입된 여파로 풀이된다.
1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집값은 0.83% 상승해 전월(0.76%)보다 0.07%포인트 뛰었다. 25개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성동구(2%), 서초구(1.89%), 송파구(1.59%), 강남구(1.39%) 등 성동구와 강남 3구 집값이 크게 올랐다.
성동구는 금호·행당동 등 교통 여건이 양호한 단지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서초구는 잠원·반포동 한강변 선호 단지 위주로, 송파구는 신천·잠실동 아파트 위주로 가격이 뛰었다. 강남구에서는 압구정·개포동 재건축 추진 단지가 가격 상승을 견인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쏟아졌다. 성동구에서는 성수동 '트리마제'가 전용 84㎡가 지난달 26일 38억3000만원(37층)에 거래되며 동일 면적 신고가를 썼고, 인근 '강변동양' 역시 지난달 20일 전용 84㎡ 1층 매물이 26억원에 팔려 신고가를 경신했다. 통상적으로 1층 등 저층은 고층보다 선호도가 낮아 가격도 낮게 형성되지만, 집값이 크게 오르자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층 매물로 매수세가 쏠리면서 이전 최고가를 넘어선 것이다.
특히 강남에서는 전용면적 84㎡ 국민평형 주택이 60억원에 거래되는 등 한강 변 선호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치솟는 모습을 보였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전용 84㎡는 지난달 2일 60억원(9층)에 팔렸다. 같은 단지, 동일 면적이 지난 7월 55억원에 거래되면서 '국평'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한 달 만에 5억원 높은 액수로 갈아치웠다. 3.3㎡당 가격은 1억7600만원을 기록하며 평당 2억원에 육박했다.
이외에도 매수세가 대거 유입되면서 영등포구가 신길·여의도동 위주로 1.09%, 마포구는 염리·아현동 대단지 위주로 1.05%, 용산구도 이촌·한강로동 위주로 0.99%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은 선호단지 중심으로 매매수요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거래량이 증가하고 상승 거래도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집값이 크게 오른 이유로는 대출 규제 강화가 꼽힌다. 정부는 이달부터 가계 부채 증가세를 억누르기 위해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를 적용했다. 스트레스 DSR은 향후 금리 상승 등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DSR을 산정할 때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하는 제도다. 수도권은 1.2%포인트 가산금리가 붙는데, 연간 이자 비용이 늘어나면서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 대출 한도가 줄기 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집값에 이어 8월 서울 전셋값도 0.52% 오르며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상승 폭은 전월 0.54% 대비 소폭 축소됐다. 강북에서는 성동구가 옥수·행당동 대단지 위주로 1.18% 뛰면서 가장 높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어 노원구가 중계·상계동 학군지 위주로 0.92%, 용산구는 이촌동 등 주요 단지 위주로 0.62%, 마포구도 염리·도화동 신축 대단지 및 역세권 위주로 0.53% 상승했다.
강남에서는 영등포구가 0.91%로 가장 많이 올랐다. 여의도·신길동 역세권 위주로 전셋값이 뛰면서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각각 반포·잠원동 신축과 대치·개포동 주요 단지 위주로 0.79%씩 올랐다. 구로구도 고척·신도림동 선호단지 중소형 규모 위주로 0.66% 상승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정주 여건과 학군이 양호한 선호 단지에서 매물 부족이 지속되면서 가격 상승이 지속됐다"고 진단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