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보호 조치를 취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숏폼(짧은영상)과 유해 콘텐츠에 노출된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을 지키고 SNS 활용한 성범죄에 쉽게 노출되는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취지다. 18세 미만 청소년 인스타 계정 '비공개' …한국, 내년부터 적용1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현지시간) 가입자 20억명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플랫폼은 이날부터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에서 청소년 보호 조치를 시행한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가입하는 청소년(만 18세 미만)은 메시지, 민감한 콘텐츠로부터의 접근을 막는 '제한적인' 계정으로 전환된다. 다른 국가에서는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한국 청소년들도 내년부터 인스타그램 사용에 제한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메타가 지난해 6월 SNS 메신저 등에 자녀의 채팅 상대방을 확인할 수 있는 부모 관리 기능을 추가한 데 이어 다시 한번 대대적인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메타는 중독에 취약한 10대 청소년들이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헤어 나올 수 없도록 기능을 의도적으로 설계해 청소년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보호 조치를 한층 더 강화했다.
해당 조치에 따라 청소년 계정은 자동 비공개 계정으로 전환된다. 개인 메시지 또한 청소년 사용자가 직접 팔로우하거나 이미 맞팔로우(서로 연결)된 사람에게서만 받을 수 있다. 청소년들이 제한받는 민감한 콘텐츠에는 성적인 콘텐츠, 자살·자해 등의 콘텐츠가 포함된다. '유튜브·틱톡' 등 청소년 보호 기능 강화…전세계적 규제 법안 발의 활발인스타그램뿐 아니라 유튜브·틱톡·스냅챗 등 전 세계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SNS 업체 들도 청소년 보호 기능을 강화했다.
유튜브는 지난 8월 공식 블로그를 통해 기존 부모 감독 기능에서 한층 더 강화된 서비스 도입했다고 밝혔다. 10대 초반 청소년 자녀의 유튜브 계정을 설정할 때 '가족센터' 또는 '패밀리 링크' 앱을 사용해 보호 기능을 설정할 수 있다.
계정을 연결하면 부모는 자녀들의 구독, 시청 기록, 댓글, 업로드 수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자녀가 새 동영상을 업로드하거나 라이브 스트리밍을 시작하면 부모의 계정 이메일에 알림이 바로 전송된다.
월간활성화이용자(MAU)가 1억명을 훌쩍 넘는 틱톡은 전 세계적으로 만 14세 이상을 대상으로 서비스하고 있고 미성년자에게는 세부 연령별로 기본 설정이 제한된다. 예를 들면 만 14~15세 이용자는 DM 수신이 제한되고 계정 또한 비공개로 기본 설정된다. 또한 '세이프티 페어링' 통해 부모가 자녀의 계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2022년 스냅챗은 미성년자 부모가 스냅챗을 사용하는 자녀의 친구와 대화 목록을 확인할 수 있는 '패밀리 센터' 기능을 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청소년 SNS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 발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호주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SNS 연령 제한법' 법안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이 통과된다면 국가 차원에서 SNS를 규제하는 세계 최초의 사례가 된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14세 미만의 SNS 가입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고 기타 23개 주에서도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이 통과됐다.
이탈리아에서도 14세 미만은 휴대전화 소유를 금지하고 16세 미만은 SNS 계정 개설을 금지하자는 온라인 청원이 교육부 장관은 물론 정·재계 인사들에게도 호응을 얻었다. 올해 3월 이탈리아 공정거래위원회(AGCM)는 미성년자들을 유해 콘텐츠로부터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며 틱톡에 1000만유로(약 148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성매매 온라인 유입 '77%'"…국내서도 청소년 SNS 규제 법안 발의청소년들을 중심으로 SNS 사용률이 높은 한국에서도 청소년 SNS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속속들이 발의되고 있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과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일별 사용 한도를 설정하는 내용을 담은 '우리 아이 SNS 안전지대 3법(정보 보호법 개정안)', SNS 가입 연령을 제한하는 가입할 수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중독 문제뿐 아니라 최근 한국 청소년이 피의자와 피해자가 된 딥페이크 범죄, 온라인 성매매에 노출된 사례가 속출하면서 청소년 SNS 보호법 제정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다.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22년 성매매 피해 아동·청소년지원센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매매 유입 경로는 채팅 앱 423건(49.1%)과 SNS 248건(28.8%)으로 온라인 유입이 무려 77%에 달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딥페이크 범죄의 경우 10대 피의자가 전체의 78.9%, 피해자가 62.0%로 압도적 다수를 차지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한국에서도 청소년 SNS 사용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건 긍정적이지만 이에 앞서 아이들이 SNS를 건강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과 교육적 노력도 함께 이뤄져야 법안이 실효성 있을 것"이라며 "오히려 이러한 조치가 청소년들의 반발심을 자극해 아이디 우회 등 편법이 속출하는 풍선 효과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SNS가 사라진 자리를 메꿀 수 있는 아이들의 동아리, 놀이 문화를 들어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심도 있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