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뚫고 미래 사업 개척한 ‘차세대 리더’

입력 2024-10-02 06:02
수정 2024-10-02 10:55
[2024 베스트 오너십] 종합 5위-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의 리더십은 ‘위기 극복’과 ‘새로운 성장’이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HD한국조선해양(구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에 재입사한 정기선 부회장은 기획실 상무와 전무를 거쳐 HD현대(구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하는 사이 조선업에 불어닥친 불황으로 그룹이 위기에 빠지자 체질 개선과 위기 극복에 나섰다.

2016년에는 선박 서비스에 대한 시장 요구가 크다는 점에 착안해 HD현대마린솔루션의 출범을 주도했고,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대표이사직을 역임하며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선박 유지·보수(After Market·AM) 솔루션 사업을 기반으로 친환경 개조, 디지털 솔루션, 벙커링(선박 연료유 공급) 등 4개 군의 핵심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선박 전 생애주기에 걸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회사로 성장해, 설립 초기(2017년) 2403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1조4305억 원으로 6배가량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가증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해 HD현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을 받는다.

조선, 건설기계, 정유, 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 사업들이 안정된 성장세를 이어 가는 가운데 최근 정 부회장은 수소, 인공지능(AI) 등 신사업에 주력하며 미래 성장 동력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 계약을 주도하는 한편,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그룹 주요 사업에 융합하는 작업을 이끌고 있다.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평가받는 친환경 사업에도 역량을 발휘하는 중이다. 세계 최초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의 인도 현장을 직접 찾아 HD현대의 친환경 선박 기술을 알린 정 부회장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3’에서 바다를 ‘지속 가능한 친환경 에너지의 장’으로 전환한다는 의미의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 열린 ‘CES 2024’에서는 기조연설자로 나서 인류의 지속가능성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이트 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을 제시, 무인·자율화, 디지털 트윈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혁신 의지를 밝혔다.

정 부회장은 최근 그룹 내 주요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그룹의 새로운 50년을 이끌 차세대 리더로도 주목받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의 사업 협력에서 강한 리더십과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 2015년 상무 시절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합작조선소 IMI의 건립을 주도한 바 있다. 이 인연은 2019년 아람코의 HD현대오일뱅크 1조4000억 원 투자로 이어졌다. 2021년에는 아람코와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MOU 체결을 이끌고, 지난해 11월에는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만나 양자 간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올해 1월에는 2년 연속으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탈탄소 추진 및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4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 특별회의’에 공동의장 자격으로 참가했다. 또 9월에는 미국 휴스턴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가스 행사인 '가스텍 2024’에 참석해 친환경 선박 기술을 직접 소개하고, 글로벌 기업들과 조선 및 해운 산업의 발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정 부회장은 새로운 조직 문화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2022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진행된 ‘비전 선포식’ 행사에서 정기선 부회장은 “새로운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업 문화가 필요하며, 정말 일하고 싶은 회사, 직원들이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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