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커버 스토리 - 해외 석학 인터뷰
벤 콜더컷 영국 옥스퍼드 교수 겸 영국 전환 계획 태스크포스(TPT) 사무국장
벤 콜더컷 옥스퍼드 지속가능금융그룹 교수는 영국의 지속가능금융 이니셔티브에 수년간 참여한 전문가다. 콜더컷 교수는 영국 녹색투자은행위원회에 참여해 녹색투자은행(그린뱅크)을 설립하는 데 기여했다. 또 녹색 금융 이니셔티브 관련 업무에 몸담았으며, 한국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 해당하는 영국 기후변화위원회의 녹색 금융 태스크포스(Green Finance Task Force, GFT) 및 영국 녹색 금융 및 투자 센터(Center for Green Finance and Investment)의 일원으로 일했다.
이와 함께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금융 자문역으로 일하며 영국의 녹색 금융 전략을 준비하는 데 기여했다. 영국 중앙은행이 2015년에 발표한 기후변화에 대한 첫 번째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도 도움을 줬다.
COP26 이후 전환 계획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콜더컷 교수는 영국의 전환 계획 태스크포스(Transition Plan Task Force) 사무국을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이 외에도 자연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NFT)를 설정하는 데 영국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돕는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다양한 노력에 힘써왔다. 콜더컷 교수를 만나 전환 금융을 도입한 영국의 사례는 어떤지, 그리고 한국에 적용할 때 주의할 점에 대해 물었다.
기존 녹색 금융과 전환 금융은 어떻게 다른가.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녹색 금융은 자본을 오직 녹색 프로젝트에만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그렇다면 ‘녹색’이란 무엇일까? 풍력터빈, 태양광, 그리고 탄소포집·저장(CCS) 등을 포함할 수 있다. 또 다양한 자산군에도 적용된다. 무엇을 녹색이라 할지에 대해 녹색 금융도 여러모로 복잡하고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실제 경제의 대부분은 녹색이 아니다. 순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한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 그래서 전환 금융은 이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고자 대두됐다. 다만 전환 금융은 동시에 그린워싱 기회를 제공한다.”
전환 금융이 그린워싱을 피하기 위해서는.
“‘녹색’과 마찬가지로 전환 활동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 정말 지구를 위한 지속가능한 활동인가? 그래서 전환 활동을 모색할 때 2025년 또는 2030년의 전환 목표와 진정으로 부합하는지 고려해야 한다. 곧 신뢰할 수 있는 전환 계획이 필요하다. 전환 금융은 그 전환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자본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기업이 순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환 계획이 있으면, 그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자금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은행이 기업의 자본적 지출(CapEx)을 지원하는 자금을 제공해 그 기업이 더욱 지속가능해지기 위해 필요한 개선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전환 금융에서 어떤 업종이 그린워싱의 예시가 될까.
“업종은 정치적으로 논쟁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원자력을 녹색으로 정의하려는 반면, 독일은 원자력에 반대하면서 가스를 녹색으로 정의하려고 했다. 개인적으로 가스 업종을 전환 활동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어떤 사람들은 가스가 전환 연료이며 특정 상황에서는 녹색이라고 말할 것이다. 특정 이해관계자들이 보조금을 얻기 위해 그 정의를 이용하려는 역학이 형성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전환보다는 빨간색 또는 갈색이라는 용어를 선호하는데, 무엇이 용납되지 않는지 명확하게 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전환 금융을 어떻게 도입하고 있나.
“전환 금융은 전환 계획이 실현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전환 계획 채택과 전환 금융 사용을 여러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당연히 전환 계획 공개를 권장하고 의무화하는 것이다. 영국이 의장국으로서 글래스고에서 COP26을 개최하면서 많은 기업, 더 많은 금융기관이 순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채택했다. 이후 목표 달성 우려에 대한 약속의 신뢰성을 위해 대응책으로 나온 것이 바로 전환 계획이다. 전환 계획은 이러한 순 탄소배출 제로 약속의 실현을 위한 신뢰성 있는 틀을 제공하는 것이다. 영국은 대기업에 의무적 전환 계획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전환 계획 태스크포스(TPT)가 설립된 이유도 좋은 전환 계획이 무엇인지 정의하고, 이를 규제와 규범에 통합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였다. TPT는 최선의 관행 공개 프레임워크와 실행 지침을 제공한다. 이 자료는 EPS재단에서 ISSB로 관리 이전되었으며, 전환을 준비하는 모든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어떻게 전환 금융이 확산되도록 도울 수 있나.
“민간 부문에서 전환 계획을 이행하는 것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전환 금융은 기업들이 그 계획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자본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는 ‘돌비 서라운드 사운드’처럼 전환 금융 사용과 채택을 촉진하는 다방면의 접근이 필요하다. 정책입안자들이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공공 금융기관이 저금리 대출, 보증, 보험, 수출 신용 같은 금융상품을 제공할 때 차용인이나 발행인이 신뢰할 수 있는 전환 계획을 조건으로 하게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큰 기업이 정부로부터 저리 대출을 받고 싶다면 전환 계획을 물을 수 있다. 수출 신용기관이 좋은 예다. 또 다른 방법은 이를 공공 조달 규칙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전환 계획이 없으면 정부 계약을 따낼 수 없다’는 식으로 말이다. 국영 기업도 전환 계획을 가져야 한다. 일부 공공 금융기관이 투자하는 국부펀드의 투자 대상 기업이라면 그 또한 적용된다.”
기업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중요한 일 중 하나는 기업들이 가능한 한 빨리 넷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가 부여되는 것이다. 이는 전환 금융에 대한 수요를 크게 촉진할 것이다. 또 계약 분쟁 해결 같은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회사고, 공급업체가 있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전환 계획이 없으면 공급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고, 이것은 계약에 포함될 수 있다. 공급업체가 좋은 전환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중재를 통해 계약에 대해 논쟁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금융회사에는 어떤 역할이 부여되나.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은행 감독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 이미 은행들이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이를 전환 계획과 통합할 수 있다. 자본시장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몇 가지 구체적인 조치도 있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 연계 상품은 전환 금융의 한 형태다. 기업에 대출을 제공할 때 그 회사가 목표를 달성하거나 전환 계획 목표를 달성하면 더 낮은 자본비용을 제공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페널티를 부과할 수 있다. 회사가 전환을 실현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품은 설계에 따라 그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예컨대 공공 금융기관이 지속가능성 연계 대출을 재융자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연계 채권을 채권시장에 발행하겠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은행들이 더 효과적인 지속가능성 대출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처럼 다소 기술적이지만, 올바른 종류의 혁신을 자극하는 데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그리고 지속가능성 연계 상품은 전환 금융의 한 형태로, 적절히 설계된다면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과 투자자 사이에서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우리가 실제로 작업 중인 것은 전환 계획이 무엇이고, 전환 계획의 구성 요소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공통 기반을 마련한 후 투자자들이 전환 계획을 분석하고, 전환 계획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파악한 다음 이를 기반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평가한다. 그래서 공통된 기반이 마련되면 그것이 핵심이다.”
아시아 시장의 전환 금융이 유럽과 미국의 전환 금융과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
“현재 많은 논쟁은 기업들이 가져야 할 목표 수준에 관 것이다. 특히 유럽 외부 시장에서는 말이다. 나는 보다 상식 접근을 통해 경로를 만드는 것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탄소 예산은 X이니 이제 이를 한국 철강 산업에 할당하자’라고 하기보다는 ‘한국 철강산업이 얼마나 빨리 탈탄소화를 이룰 수 있나?’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한국 철강산업을 위한 합리적이면서도 야심 찬 경로는 무엇일까?’ 이것은 매우 큰 야망을 담고 있고, 실행하기 어렵다. 한국 정부는 ‘이것만으로는 우리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합의한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정부 차원에서 더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김기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