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힘 없이 줄줄"…DJ 한동훈에 마니아들 '화들짝' 놀란 이유

입력 2024-09-18 15:08
수정 2024-09-18 19:52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유명한 '음악 마니아'란 사실을 지난 17일 그가 CBS 라디오에서 일일 DJ로 나선다는 소식을 접하고서야 알게 됐다. 음악 깨나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궁금해 방송을 찾아 다시 들어봤다. 든 생각은 'MBC FM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탐 낼만한 게스트겠다'라는 것. 기본적인 방송 원고는 준비가 된 듯 했는데, 음악에 대한 세세한 소개는 한 대표 머릿 속에 들어 있는 정보를 즉석에서 꺼내 막힘 없이 줄줄 읊는 수준이었다.

'플레이리스트'의 스펙트럼 역시 60년대 록음악에서부터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클래식에 이르기까지 폭 넓었다. 각종 인터넷 음악 커뮤티니에서 "포스가 느껴진다""맨날 한 대표가 정치 얘기하는 것만 듣다가 가수들 이름과 정보를 막힘 없이 줄줄 얘기해 놀랐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 것도 무리는 아니였다.

한 대표와 같은 마니아들이라면 동질감을 느낄 수 있을 듯 하고, 초보자라면 한 대표의 플레이리스트를 따라 들어가보는 것도 좋은 청음법이 될 듯 하다. 한 대표 말마따나 음악에는 네편내편이 있을 수 없으니, 그가 좋아하는 음악이라고 듣지 말란 법은 없다. 무엇보다 플레이스트 자체가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볼드체가 한 대표의 코멘트)

①톰 웨이츠 'Way Down In The Hole'
▶1949년생 미국의 싱어송 라이터 톰웨이츠가 1987년 발매한 'Franks Wild Years' 앨범 수록곡. 톰 웨이츠는 블루스나 재즈를 기초로 한 악곡과 특유의 쉰 가성, 특기인 피아노 연주로 음유시인 이미지를 얻었다. 1980년대 이후로는 독창성을 더욱 가미해 전위적인 사운드로 화제몰이를 했다. 배우로서도 활동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짐 자머시 등이 감독을 맡은 영화에 출연했다

"포크, 블루스 등의 음악을 한 가수다. 그의 음악은 '톰 웨이츠 장르'라고 부르는 게 맞는 거 같다. (이 곡이 미국 드라마 ’The Wire‘의 오프닝곡을 쓰였다는 진행자의 언급에) 내 인생 드라마다."

②지미 헨드릭스 'Bold As Love'
▶불세출의 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가 결성한 밴드 The Jimi Hendrix Experience의 두 번째 스튜디오 앨범인 'Axis:Bold as Love'(1967년 발매)에 수록된 곡. Bold as Love는 이 앨범의 마지막 트랙이다.

"워낙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지만, 기술적으로 보면 현대 기타리스트들이 훨씬 잘 친다. 이 노래는 녹음도 대충이고, 기타도 대충 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헨드릭스 이전에 이렇게 친 사람이 없었다. 내가 '방구석 기타리스트'인데, 부산에 좌천돼 있을 때 이 곡을 주구장창 카피를 했다. 대부분의 블루스곡에 쓰이는 스케일로 된 곡이어서 초보자가 치기 쉽다. 이 노래 들으면 부산이 생각난다."

③더 도어스 'Summer's Almost Gone'
▶1968년에 발매된 그들의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 'Waiting for the Sun'에 수록된 곡. 보컬리스트이자 리더인 짐 모리슨의 시적인 가사와 밴드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돋보이는 곡이다.

"아주 유명한 곡은 아니다. 이 걸 고른 건 여름이 다 갔는데 너무 더워서… 이 밴드가 독특한 게 베이시스트가 없다. 통상 키보디스트인 레이 만자렉이 베이스 키보드로 베이스를 대신한다. 이 노래엔 세션 베이시스트를 쓴 거 같다. 이 음악이 왜 좋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 하겠더라.”

④리하르트 슈트라우스 '4개의 마지막 노래' 중 'Im Abendrot(저녁 노을)'
▶후기 낭만주의와 초기 근대음악을 대표하는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쓴 소프라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는 작품. 84세였던 1948년 완성된 곡으로, 그의 최후의 작품이다. 1950년 빌헬름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노르웨이 가수 시르스텐 플라그스타에 의해 런던 로열 앨버트홀에서 초연됐다.

"'트립 투 이탈리아'(2015년 개봉)란 영화가 있다. 마지막 부분에 이 노래가 나온다. 남자들이 바다를 보며 밥 먹는 장면에 나오는데, 뜬금이 없다. 그런데 멋지고 잘 어울렸다. (진행자의 "제시 노먼 버전을 들고나왔다"는 물음에) 좋아하는 음악의 여러 버전을 사서 모으는 편이다. 많은 분들이 엘리자베스 슈워르츠코프 버전을 좋아하는데, 나는 이 버전을 좋아한다. 이 노래는 처음의 오케스트라가 짠하고 나오는 부분이 참 좋다. 이 버전은 옛 동독 시절 쿠르트 마주어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인데, 노래도 노래지만 연주가 참 훌륭하다."

⑤크라잉넛 '명동콜링'
▶한국을 대표하는 펑크록 밴드 크라잉넛이 2006년 발매한 5집 앨범 'OK 목장의 젖소' 수록곡.

"이 밴드는 데뷔할 때부터 알았다. 1990년대 홍대 '드럭'이란 클럽이 있었다. 자주 갔다. 이 밴드가 매력 있는 분들이 많다. 보컬 박윤식 씨 목소리가 걸출하다. 처음엔 연주를 잘 못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원래 펑크밴드들이 그렇다. 최근에 EBS '공감'에 나왔는데, 너무 잘 하더라. 세월의 힘을 느꼈다. 카더가든이 슬로 템포로 편곡해 부른 노래도 좋다. 다만 원곡이 쿵짝쿵짝하는 스카리듬인데 원곡이 더 슬픈 느낌이 든다."

⑥그린데이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미국의 록 밴드 그린 데이의 2004년 앨범 'American Idiot'에 수록된 곡. 리드 싱어 빌리 조 암스트롱이 작사, 작곡했다. 펑크록 밴드의 곡 같지 않게 감성적인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가 돋보이는 발라드 스타일의 록 넘버다. 빌리 조 암스트롱이 10살이던 1982년 9월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생각하며 곡을 만들었다.

"음악이란 게 열광적으로 들었던 시기의 취향이 유지되면서 다른 음악을 잘 안 듣게 되는 경향이 있다. 그 시기에 갇히게 된다. 50대에 접어 들어도 2030 때의 취향을 잘 벗어나지 못 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은 옛날이 진짜고, 요즘은 좋은 음악이 안 나온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 건 아니다. 우리가 게을러져서 안 찾아듣는 거다. 이 노래는 좋아하는 음악 중 최근 음악이다. 이 노래를 듣고는 '좋은 음악은 나 몰래 계속 나오고 있었구나' 생각하게 됐다. 단순한 멜로디를 '이래도 안 들을 거야'라는 식으로 강요한다. 이런 게 지루할 수도 있고 안 좋으면 싫은데, 이 정도면 기쁘게 강요 받을 수 있다. 프린스를 아주 좋아한다. 그의 대표곡 'When Doves Cry'가 이런 식이다. 이 노래는 가사가 너무 야해서 안 가져 왔다.”

⑦비틀즈 'Come Together'
▶영국의 전설적 록밴드 비틀즈가 1969년 발표한 앨범 'Abbey Road'의 첫번째 트랙. 존 레논 작곡으로 에어로스미스 등 수많은 후배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 됐다.

"마지막은 정치적으로 끝내는 게 정치인의 도리라고 생각해서 가져왔다. 존 레논이 폴 매카트니에게 넌 왜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나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절벽에 뛰어내려야 할 상황이 되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내려 보려고 한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