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료 4800원' 택시 사라질까…'수상한 노란 車'에 발칵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입력 2024-09-17 09:00

“저 노란 차는 도대체 뭔가요? 랩으로 칭칭 감쌌는데 영화 소품용 차량인가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의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인근 도로에 한 차량이 멈춰 섭니다. 노란색으로 어설프게 랩핑 된 차량은 인적이 드문 밤거리에서 눈에 띕니다. 딱히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 이곳은 할리우드 유명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의 촬영 거점입니다. 영화 <배트맨>의 배트카도 다니는 곳이니까요.

하지만 그날 밤 이 노란차엔 수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그 차 뒤를 졸졸 쫓아다닌 차량이 다름 아닌 테슬라 모델Y였기 때문이지요. 지난달 말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오는 10월 10일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로보택시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최근 테슬라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이 행사를 연다고 공식 확인했습니다. 이에 테슬라 팬들은 이 차량이 위장막을 한 로보택시 시제품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로보택시 시제품 추정 사진이 올라온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한 유저는 “지난 한 주 테슬라가 이 테스트 차량으로 밤에 스튜디오 주변을 운전했다. FSD(완전자율주행)를 연습하는 중인 것 같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FSD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지원 소프트웨어입니다. 다시 말해 테슬라가 로보택시 공개 행사를 앞두고 시제품의 자율주행을 비밀리에 테스트해보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근거 없는 추측만은 아닙니다. X(옛 트위터)에서 오랫동안 테슬라의 하드웨어와 기술을 분석한 인플루언서 그린은 지난 2일 “테슬라가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인근에서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을 시작했다”며 “블룸버그의 로보택시 보도가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고 전했습니다.


머스크 “운전대도 페달도 필요 없다” 로보택시는 자율주행으로 움직이는 무인 택시를 뜻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오랜 꿈이기도 합니다. 그는 2016년 테슬라의 장기 청사진 ‘마스터 플랜 2’를 통해 차량 스스로 운행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미래형 승차 공유 비전을 제시했지요. 당시엔 자율주행을 넘어 로보택시를 추진한다는 그의 구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테슬라가 실제 로보택시 개발에 본격 착수한 것은 2021년 말부터입니다. 월터 아이작슨의 저서 「일론 머스크」에 따르면 머스크는 테슬라 고위급 5명과 논의 끝에 로보택시가 모델3보다 작고 저렴한 자동차가 되어야 한다고 결정했습니다. 그는 이 차량이 완전자율주행이 될 것이기에 운전대와 페달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지요. “우리는 위험을 감수할 겁니다. 로보택시는 테슬라를 10조달러(약 1.3경원) 규모 회사로 만들 혁명적 제품입니다. 사람들은 100년 뒤에도 이 순간을 이야기할 겁니다.”

당시 FSD의 성능에 보수적이었던 테슬라 팀은 (운전대를 없애라는) 머스크의 완강한 주장에 개발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3년 수석 디자이너인 프란츠 폰 홀츠하우젠은 로보택시와 2만5000달러짜리 저가형 차량 모형을 선보였습니다. 둘 다 사이버트럭의 미래지향적인 모습이었습니다. 모형을 본 머스크는 마음에 들었고 운전대와 로보택시 기능을 모두 갖춘 차세대 플랫폼 차량을 개발하기로 결정합니다.


로보택시, 어떻게 나올까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 유튜브 등에서 공개한 로보택시 콘셉트 모형 이미지는 소형의 2인승 차량입니다. 운전대가 없고 차문이 위쪽으로 열리는 ‘시저 도어’ 형태입니다. 좌석 뒤엔 짐을 싣는 트렁크가 있습니다. 뒷바퀴는 일반 차량과 달리 안쪽으로 숨겨져 있습니다. 이 같은 구상이 실제 어느 정도까지 반영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 인근에서 포착된 위장막 차량 사진을 뜯어보면 우선 차체가 모델Y보다 작고 차문이 2개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이드미러가 없고 뒷바퀴는 드러나 있습니다. 실내가 어두워 2인승 여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일부 팬들은 테슬라가 로보택시 디자인을 감추기 위해 테스트 차량 형태도 실물과 다르게 꾸몄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담 조나스 모건스탠리 연구원은 “10월 스튜디오 내부의 폐쇄된 도로에서 로보택시 시연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주에서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 허가를 아직 받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경쟁자인 구글 웨이모와 GM 크루즈는 로보택시를 운행하는 LA,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라스베이거스 등 지자체로부터 이 허가를 받았습니다.


머스크의 ‘원 모어 씽’은 당초 머스크는 로보택시 공개를 지난 8월에 하려 했다가 10월로 연기했습니다. 그는 지난 7월 X에 “(로보택시) 전면부에 중요한 디자인 변경을 요청했다”며 “추가 시간 덕분에 다른 몇 가지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로보택시를 공개를 넘어 ‘원 모어 씽’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조나스는 “전기 비행기, 전기 보트, 최신 세대 옵티머스? 알 수 없다”며 “행사 지연은 새로운 계획의 공개를 위해 의도된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벤 칼로 베어드 연구원은 이것이 저가형 차량(가칭 모델2)일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습니다. 지난해 홀츠하우젠이 머스크에게 로보택시와 저가형 차량 모형을 각각 보여줬다고 하니 설득력 있는 분석입니다. 연초 머스크는 모델3 플랫폼을 기반으로 저가형 차량을 개발해 2025년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FSD의 새로운 버전인 V13이 공개될 수도 있습니다. 지난 5일 테슬라는 이례적으로 AI 개발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내달 운전자가 개입하는 시간 간격이 6배 늘어난 V13을 선보인다는 겁니다. FSD는 아직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한 자율주행 레벨2 수준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FSD V12가 20분 주행에 한 번 정도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했다면, V13은 2시간 운행에 한 번 개입으로 자율주행 성능이 향상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AI 주행 학습을 통해 이 시간을 계속 늘린다면 향후 완전자율주행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테슬라의 생각입니다.


“모델3 공개 이후 가장 중요한 순간” 지난 11일 머스크는 ‘10월 10일은 모델3 공개 이후 테슬라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란 X 유저의 글에 “내 생각엔 그렇다”고 답글을 남겼습니다. 2016년 공개된 모델3는 테슬라를 오늘날의 글로벌 전기차 회사로 일으켜준 간판 모델입니다. 머스크가 로보택시 공개를 모델3에 비견했다는 건 그만큼 이 제품에 회사의 명운을 걸었다는 얘기겠지요. 많은 주주와 팬들이 로보택시 공개에 기대를 걸고 있는 이유입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5일 조나스는 “테슬라 자율주행의 장기 잠재력에 매우 긍정적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대해선 기대치를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핵심 사업인 자동차 부문의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길 루리아 DA 데이비슨 연구원은 지난 10일 “테슬라는 AI 컴퓨팅 기업이 아니다. 매그니피센트 7에서 제외해야 한다”며 “실적의 90% 이상이 자동차에서 나온다면 그냥 자동차 회사”라고 평가절하했습니다.

월가 일부 분석가는 테슬라의 로보택시 공개보다 내달 2일 발표할 3분기 차량 배송량에 주목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상반기 테슬라는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83만1000대를 판매했습니다. 이 판매 감소 추세가 3분기엔 반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월가의 평균 추정치는 전년 대비 6% 증가한 46만대입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모빌리티 & AI 혁명’을 이끄는 혁신기업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X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