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에 받아야 할 7월 판매 정산금까지 합쳐 4000만원 가량을 받지 못했습니다. 명절이 명절 같지 않습니다.”
경기 화성시에서 샴푸 등 헤어용품을 제조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김모 씨(42)는 이렇게 말했다. 대규모 티메프 미정산 사태가 터지면서 피해를 입은 4000만원은 개인사업자인 그에게 적지 않은 돈이다. 오롯히 수익으로 잡혀야할 돈이 묶이면서 그는 지난 두 달간 직원 두 명을 내보냈고, 지난 16일 출근해 연휴 이후 배송할 상품을 포장했다. 그는 “당장 사업을 접어야할 정도는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라고 했다.
그는 5월부터 이상한 ‘징후’를 느꼈다고 한다. 티몬 상품기획자(MD)가 한달 1~2회 진행하던 ‘타임딜 구좌’를 평소의 두배 가량인 4번 제안한 것. 구좌란 티몬 홈페이지 최상단에 노출되는 행사 페이지를 말하고, 타임딜은 ‘10분 어택’이란 이름의 초특가 행사를 뜻한다. 이런 초특가 프로모션에 참여하는 홈페이지 칸을 배정받는 걸 셀러들은 타임딜 구좌라고 부른다는 설명이다. 쿠팡과 티몬 등 오픈마켓은 이런 행사를 통해 상품 페이지를 운영하는 것 만으로는 올릴 수 없는 대규모 매출을 올린다.
그는 “평소 타임딜 말단에라도 들어가면 1000만~2000만원 가량의 매출을 쏠쏠하게 올려 왔다”며 “평소엔 행사에 넣어달라고 사정사정하던 MD가 행사를 더 제안해오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문제가 본격화했다고 느껴진 건 7월 11일이었다. 그는 어니스트펀드가 운영하는 P2P 선정산 프로그램(바로지급서비스)을 통해 일정 수수료를 낸 뒤 매출채권을 현금화해왔는데, 어니스트펀드가 이날 바로지급서비스 중단한다고 갑작스레 공지했다. 당시 어니스트펀드는 “위메프의 경우 최근 발생한 정산대금 지연에 대해 상황을 확인 중”이라며 “티몬은 회사와 협의하에 중단한 것”이라고 알려왔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별일은 없을 줄 알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미정산 사태는 일파만파 커졌다. 그러나 그도 7월 24일에 이르러서야 티메프 판매 페이지를 최종적으로 내렸다. 수년간 티몬과 거래해오면서 대금을 받지 못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무엇보다 사태 이후 정부 대응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사태 초기 여행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티메프로 몰려가 환불받는 장면을 봤는데, 정작 수천만원, 수억원을 손해를 본 셀러들은 하소연 할 곳이 없었다는 것. 그는 "7월 중순에 정부가 7월 판매분까지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정확이 알렸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사태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각종 지원 프로그램도 불만이다. 그는 “정부 대출 프로그램을 알아봤는데, 연 4~5% 금리에 대출을 해주겠다는 내용으로 기존 정책대출과 별 다를 게 없다”면서 “그러면서 1조 얼마를 투입한다고 생색을 내는 데, 이는 전형적인 보여주기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이 자금 사정이 악화하거나, 사람을 내보내고 사업을 접은 거래업체도 나타나는 등 여파가 확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연쇄적으로 다른 온라인 쇼핑몰로 사람이 몰리는 게 아니라 온라인 구매 전반적 신뢰도가 떨어진 게 문제"라고 했다.
셀러들에 따르면 티몬 타임딜의 경우 일정 매출이 나오지 않으면 다음 딜에 못 들어가기 때문에 MD가 가구매(가짜구매)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개인 카드로 가구매를 했기에 개인 카드에 문제가 생기고, 자금이 물려 회사 사정도 나빠진 셀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은행 선정산 프로그램을 이용한 셀러의 경우 대출 상황을 요구받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그는 “미정산 대금을 최대한 돌려받을 방안을 마련해주는 게 최우선”이라며 "못 돌려받는다면 돌려받기 힘들 것 같다는 결론이라도 정부가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