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우라늄 농축기지 첫 공개…대선 앞둔 美에 핵 능력 과시

입력 2024-09-13 16:35
수정 2024-09-14 01:59

북한이 핵탄두를 만드는 데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미국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13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최근 핵무기 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현지지도했다. 김정은은 우라늄 농축기지를 돌아보며 “정말 이곳은 보기만 해도 힘이 난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은 “핵물질 생산을 줄기차게 벌여 나가고 있는 데 대한 보고를 받고 (김정은이)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과 평양 인근 강선 단지에 우라늄 농축시설을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에 김정은이 현지지도한 시설의 위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영변이 아니라 강선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이 “능력 확장을 진행하고 있는 공사 현장을 돌아봤다”고 했는데, 최근 강선 단지 확장 공사 정황이 포착된 바 있어서다.

이번에 북한이 처음으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공개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도발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정권 교체기에 핵 능력을 과시해 차기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김정은은 이날 현지지도에서 한국에 대한 언급 없이 ‘핵무력 확대’를 “미국과 대응하고 견제해야 하는 우리 혁명의 특수성”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이뤄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북한은 2016년 9월에도 미국 대선을 2개월 앞두고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이번 북한의 행보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 특히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 전후 7차 핵실험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의 어떤 핵 위협이나 도발도 우리 정부의 압도적이고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