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인 7월 말, 8월 초보다 예약률이 높아요. 단거리, 장거리 할 것 없이 해외로 떠나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습니다.”(국내 한 여행사 관계자)
여행 대목인 여름 휴가철이 지났는데도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있다. 휴가를 2~3일 내면 최장 9일까지 쉴 수 있는 추석 연휴와 오는 10월 징검다리 황금연휴에 국내 대신 해외로 떠나는 ‘늦캉스족’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반면 중추절(중국 추석) 때 한국을 찾는 중국인은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관측돼 내수 침체와 여행수지 적자가 심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내국인은 나가고 외국인은 안 오고
13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올 추석 연휴 기간(13~18일) 해외 등으로 떠나는 출발편 여객은 약 65만 명으로 집계됐다. 도착편 여객까지 더하면 이 기간 인천공항 이용객은 120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하루평균 20만671명으로 기존 최다 기록인 2017년 18만7623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 단위 여행 수요가 몰리면서 패키지 여행 상품 판매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추석 연휴 하나투어와 모두투어의 해외여행 패키지 예약률은 작년 대비 각각 10%, 35% 상승했다. 노랑풍선도 패키지 상품이 전년보다 20% 더 많이 팔렸다고 밝혔다.
10월 초에도 해외여행 수요가 몰리고 있다. 10월 1일 ‘국군의날’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에 따라 하루 이틀 휴가를 내면 충분히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투어에 따르면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발표 이후 9월 28일~10월 6일 해외여행 예약률이 45% 급등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3일 휴가를 내면 최장 9일을 쉴 수 있어 상대적으로 경비가 저렴한 동남아시아 일본 등 단거리 국가뿐 아니라 유럽 등 장거리 패키지를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반대로 한국을 찾는 ‘큰손’ 관광객은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은 17일부터 중추절 연휴가 시작되는데 이 기간 상하이, 베이징에서 인천으로 오는 항공기 좌석 예약률은 50~70%대에 그쳤다. 한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그나마도 한국인 탑승객이 많아 중국인 관광객은 더 적을 것”이라고 했다. 과거 황금연휴 때마다 한국을 찾아 지갑을 열던 중국인의 방한이 줄어든 건 경기 침체 때문이다. 중국에선 중추절 때 잘 팔리던 월병과 바이주 판매까지 줄어들 정도로 내수 경기가 둔화했다. ○‘실적 비상’ 유통사 추석날도 영업내국인은 해외로 떠나고 그 빈자리를 메꿔야 할 외국인 관광객마저 줄면서 백화점, 아울렛 등 유통업계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한 아울렛 관계자는 “7~8월 무더위로 인해 방문객이 줄어서 이번 연휴에 어떻게 해서든 매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인데, 국내에 머무는 사람이 줄어서 걱정”이라고 했다.
롯데아울렛과 신세계아울렛은 원래 추석 당일엔 영업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한 명이라도 더 끌어오기 위해 당일 낮 12시부터 문을 열기로 했다. 백화점들도 추석 연휴 기간 일정 금액 이상을 사면 할인권을 주거나 체험형 팝업을 늘리는 식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올여름 여행 수요 감소로 고전한 여행사들은 추석 연휴를 실적 반등 기회로 삼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나투어의 3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813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1317억원)보다 38% 늘어난 수치다. 모두투어 역시 직전 분기보다 16% 증가한 605억원의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업계에선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내수 진작은 물론 여행수지 적자폭 축소도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여행수지 적자는 65억8000만달러다. 2018년(78억3000만달러) 이후 6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9~10월 해외여행까지 더하면 적자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