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고객들에게 유언장 작성을 권하면서도 정작 제 것은 없었어요. 막상 써보니 인생을 되돌아보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A 변호사)
"처음에는 왠지 꺼림칙하고 어색했어요. 하지만 쓰다 보니 제 인생을 정리하는 기분이 들더군요."(B 변호사)
법무법인 원이 최근 진행한 유언장 작성 워크숍에 참여한 변호사들의 소감이다. 지난 9일 서울 역삼동 원 본사에서 열린 이번 워크숍은 법률 전문가들도 쉽게 접근하지 않는 '유언장 쓰기'를 직접 체험하는 자리였다.
50대 이상 유언장은 필수
유언장 쓰기 워크숍에 참여한 B 변호사는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메시지를 적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기회에 정식으로 유언장을 작성해 공증까지 받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 변호사는 "평소 생각지 못했던 장기기증이나 연명치료 중단 같은 문제를 고민하게 됐다"며 "이런 결정을 미리 해두면 가족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윤기원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는 "50대 이상이라면 유언장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언장은 단순한 재산 분배 문서가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중요한 도구"라며 "이번 워크숍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이 유언장 작성의 중요성을 깨닫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워크숍은 지난 9일 법무법인 원이 웰다잉문화운동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양측은 웰다잉 문화 확산과 정착, 관련 제도 개선, 법률 자문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원혜영 웰다잉문화운동 대표는 "'에이 집 한 칸인데~' 하는 시대가 더 이상 아니다. 유언장 쓰면 될 일을 안 써서 자식들이 싸우게 하는 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이냐"며 "유언장은 상속 분쟁 예방 백신"이라고 말했다.
웰다잉은 생명부터 재산까지 한마디로 내 삶에 대해 모든 책임을 내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단 것을 알려주는 것이라는 게 원 대표의 말이다. 그는 "유언장으로 마지막 작별 인사로 남겨놓는 것은 내 삶의 가치를 높이고 가까운 사람에 대한 선물"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로 작성하면 무효
워크숍 참가자들은 유언장 작성 시 주의할 점도 공유했다. 유언은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비밀증서, 구수증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중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자필증서와 공정증서다.
이유정 법무법인 원 대표변호사는 "자필증서로 작성할 경우 반드시 본인이 직접 쓰고 서명해야 한다"며 "타인의 도움을 받거나 컴퓨터로 작성하면 무효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연월일, 주소, 성명을 자필로 기재하고 반드시 도장을 찍어야 한다"며 "연월일이 없으면 무효이지만 연월일을 봉투에 기재한 경우는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유언장에는 반드시 포함해야 할 내용으로는 재산 목록, 유증(수증자의 인적 사항), 장례와 추모에 관한 사항, 디지털 유산의 처리, 유언집행자 지정 등이 있다.
유언으로 유언집행자를 지정하거나 제3자에게 유언집행자 지정을 위탁할 수 있다. 유언집행자가 없는 경우 상속인이 유언집행자가 된다. 복잡한 재산 분배를 원한다면 유언대용신탁을 고려해볼 만하다. 금융기관을 수탁자로 지정해 재산을 운영하게 하고, 수익자와 상속받을 사람을 정할 수 있다.
SNS 계정, 이메일 등 디지털 자산의 처리 방법도 유언장에 포함할 수 있다. 일부 IT 기업들이 운영하는 '디지털 유산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에는 장기기증이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내용도 유언장에 포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다만 "장기기증의 경우, 유족이 명시적으로 거부하면 기증이 불가능하다"고 이 대표는 말했다. 질병, 장애, 노령 등으로 인해 판단 능력이 떨어질 경우를 대비해 후견에 관한 사항을 미리 정해둘 수 있습니다. 이를 '임의 후견'이라고 하며, 공증이 필요하다.
유언은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다. 새로운 유언을 작성하거나, 유언장을 훼손하는 등의 방법으로 철회할 수 있다. 공정증서로 작성한 경우에는 별도의 철회 절차가 필요하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