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전을 부치면 평화가 완성됩니다."
'요리하는 남자'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배우 류수영은 최근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이같이 말하며 명태전, 가지전 레시피를 전수했다.
류수영은 "명절 스트레스 1위가 전부치기라더라. 보통 남자들은 전을 잘 부치지 않는다"고 짚었다. 그는 "조선시대에는 남자들이 요리를 안했을까 싶지만 조선 중기까지는 요리를 많이 했다. 심지어 삼국시대에는 남자가 요리를 더 많이 했다더라. 조선시대에도 깨어있는 남자들은 대부분 요리를 했다"며 연암 박지원 선생이 직접 고추장과 반찬들을 손수 만들어 아들에게 보낸 사례를 언급했다.
실제로 차례상 준비는 대표적인 명절 스트레스로 꼽힌다. 데이터 컨설팅 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69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진행한 결과 추석 연휴가 기다려지지 않고 부담스럽다고 답한 이들의 49.3%가 명절 후유증, 피로와 스트레스를 이유로 들었다. 음식 준비, 집안일 등의 명절 준비가 힘들다고 응답한 비율은 41%였다.
특히 무리한 노동으로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는 이들도 많다. 명절을 전후해 두통, 근육통, 요통, 만성피로 등 육체적 증상을 비롯해 우울증, 불안감, 불면증 등의 정신적 증상 등을 호소하는 게 명절증후군이다. 장거리 운전이나 제사 음식 만들기 등 평소보다 무리한 노동, 가족 간 갈등이 명절증후군을 불러온다.
주부들의 경우 음식 준비와 상차림 등 가사 노동으로 손목, 어깨, 허리, 무릎 등의 통증이 나타난다. 또한 장시간 한 자세로 있으면 척추 관절에도 무리가 올 수 있다.
정휘수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는 "가사노동으로 신체적 증상이 많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명절 스트레스의 경각심이 높아지며 정신적 증상이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다"면서 "다양한 연령에서 명절증후군 호소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무엇보다 가족 간 배려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도 명절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있다.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일 서울과 6개 광역시 전통시장에서 28개 차례 용품 가격을 살펴본 결과 4인 가족 기준 추석 차례상 비용은 28만790원으로 조사됐다. 대형마트는 35만6950원으로 21.3% 더 비싸다.
연일 30도를 웃도는 더위가 이어지면서 작황이 부진한 채소류가 높은 가격을 유지했다. 애호박 한 개 2340원, 시금치 400g(한 단) 1만280원, 무 한 개 3700원 등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운영하는 '네이트Q'가 성인남녀 62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5일간의 긴 추석 연휴에 가장 부담되는 것으로 '부모님과 친인척 선물 및 용돈'(52%), '명절 음식 준비'(22%) 등 경제적인 요인들이 꼽혔다.
안지선 SK컴즈 미디어서비스 팀장은 "물가 상승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추석 명절이 점점 더 경제적, 정서적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다"며 "사회적 변화에 맞춰 명절 문화도 진화해 전통과 의미가 존중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