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추론 능력에 특화된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을 출시했다. 기존의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AI 모델의 약점으로 꼽혔던 사고능력을 대폭 향상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과 속도 등을 놓고 이뤄지던 AI 개발 업체들 간의 경쟁이 범용인공지능(AGI)에 가까운 모델을 개발하는 것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오픈AI는 12일(현지시간) 수학, 코딩 관련 작업을 통해 추론하는 데 특화된 AI 모델 ‘오픈AI o1’을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오픈AI가 그동안 ‘스트로베리’라는 이름의 비밀 프로젝트 개발해온 모델이다. ‘o1’이라는 이름은 다시 1로 초기화한다는 의미다. 오픈AI 야쿱 파초키 수석 과학자는 “이전 모델은 질문을 하는 즉시 응답하기 시작하지만, 이 모델의 경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영어로 문제를 생각하고 분석하고 각도를 찾아 최선의 해답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o1은 기존 AI 모델과 달리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오픈AI에 따르면 o1은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 예선 시험에서 83%의 정답률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모델 정답률(13%)의 6배 이상 높다. 오픈AI가 이날 공개한 데모영상에서 o1은 프롬프트(명령어)만으로도 게이밍을 프로그래밍하기도 했다. o1은 물리학자들이 복잡한 수학 공식을 만들거나 의료 연구자들의 실험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오픈AI 측 설명이다.
언어 추론 능력도 기존 모델들과 비교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정형원 오픈AI 연구원은 이날 영상에서 o1이 한국인만 이해한다는 ‘뒤틀린 한국어’ 문장들도 영어로 번역하는 능력을 보여줬다. 해당 영상에서 o1은 “직우상 얻떤 번역깃돋 일끌 슈 없쥐많 한국인듦은 쉽게 앗랍볼 수 있는 한끌의 암혼화 방펍잇 잊다(지구상 어떤 번역기도 읽을 수 없지만 한국인들은 쉽게 알아볼 수 있는 한글의 암호화 방법이 있다)”라는 문장을 “No Translator on Earth can do this, but Koreans can easily recognize it”이라고 정확히 번역했다.
오픈AI는 o1을 기반으로 ‘인간보다 똑똑한 AI’라 불리는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에 한 단계 더 나아간다는 계획이다. 오픈AI는 AI 능력을 수준에 따라 다섯 단계로 나누고 AGI를 AI 모델 5단계이자 최종 목표로 설정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o1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며 “복잡한 문제를 추론할 수 있는 AI 모델”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기술은 여전히 결함이 있고 제한적”이라며 AGI 단계로 나아가기엔 부족함이 많다고 덧붙였다.
AI 모델 개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픈AI의 대항마로 꼽히는 구글과 앤스로픽도 추론 능력을 끌어올린 AI 모델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만 아직은 오픈AI의 독주 양상은 계속되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65억달러(약 8조6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섰다. 기존에 오픈AI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던 마이크로소프트(MS) 뿐 아니라 애플과 엔비디아도 오픈AI에 대한 참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국영 기업도 오픈AI에 투자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오픈AI의 기업가치는 1500억달러(약 200조원)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날 o1은 기본 모델 ‘o1 프리뷰’와 소형 모델 ‘o1-미니’ 등 두 종류로 출시됐다. o1-미니는 저렴한 비용으로 코딩에 적합하다고 평가받는다. 챗GPT 유료 이용자는 12일부터 새 모델들을 바로 사용해볼 수 있다.
실리콘밸리=송영찬 특파원 0full@hankyung.com